메르스 징비록
건보 뺀 보건 예산은 4%뿐
메르스 주무 과장도 고시 출신
질병본부에 의사 비율 2.4%
초기 방역 무지·오판 불러
OECD 34국 중 27국이 분리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6번 환자는 대단히 이례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같은 병실이 아닙니다”고 설명했다.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환자 발생 이후 세 번째 브리핑이었다. 하지만 양 본부장은 이후 전면에서 거의 사라졌다. 이날 메르스대책본부장에서 ‘해임’되고 보건복지부가 지휘권을 장악했다. 다음날부터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이 나섰다.
이 시기는 메르스 사태의 변곡점이었다. 감염자가 평택성모병원 8104호실(1번 환자 입원실) 밖에서 발생했다. 양 본부장에게 초기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실권을 장악한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더 큰 실패를 했다. 질병본부가 잘못 만든 ‘2m 이내, 한 시간 접촉’이라는 허술한 감염 기준을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우를 범했다.
정부의 무지와 오판은 복지부의 기형적 조직 구조에 원인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보건’은 보일락 말락 한다. 올 예산(53조4725억원) 중 43조4491억원(81.3%)이 복지다. 보건은 18.7%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건강보험이고, 순수 보건의료 예산은 2조2793억원(전체의 4.3%)이다. 게다가 정치권의 무상복지 바람을 타고 복지는 최근 5년간 28조1337억원 증가했지만 보건은 4조6466억원밖에 늘지 않았다. 복지부 본부 공무원 740명(정원 기준) 중 보건 분야는 231명(31.2%)이고, 의사 출신은 18명(과장 이상 5명)이다. 메르스 주무 과장인 질병정책과장과 정신보건과장 등 의사가 가야 할 자리를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꿰차고 있다.
조재국 동양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복지부가 너무 비대해진 데다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한 보건 분야가 복지에 짓눌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질병관리본부는 인사·예산·정책결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의사가 22명으로 전체의 2.36%(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6.7~10%)에 불과하다. 질병예방센터장(국장) 등 주요 간부 자리가 복지부 낙하산으로 채워질 때가 많다. 조우현 을지대 총장은 “복지와 보건이 한 부처로 있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처럼 보건과 복지가 한 부처로 된 나라는 일본·프랑스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조 총장은 “이참에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독립시키고 질병관리본부가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호주처럼 가족과 출산 등을 복지에서 떼어 내고 사회보험을 별도 기구로 분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메르스 징비록=징비록(懲毖錄)이란 미리 징계해 후환을 경계하는 기록이란 뜻을 담고 있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이 집필한 임진왜란 전란사다. 본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지와 오판, 무방비의 문제를 지적해 경계를 삼고자 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박유미·정종훈·노진호·신진·장혁진·임지수·박병현·김민관·백민경·김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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