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한테 손벌리기 싫어"..자격증 '열공'하는 5060 마처세대
박나은
입력 2022. 07. 17. 17:45수정 2022. 07. 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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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바꾼세대 풍경
마처세대, 평생직업을 찾아라
독립늦은 자녀, 부양 기대못해
불황도 은퇴 번복하게 만들어
일하는 60대 반년새 5%P 급증
자격증 취득 50대 이상이 최다
학원 수강생 중엔 80대도 있어
40대 이하 30% "부모와 동거"
대출금리 오르고 물가 치솟고
독립이후 생활비 부담 커진탓
코인·주식 빚투 열풍도 한몫
20대 대출액 1년새 12% 늘어
◆ 불황이 바꾼 세대 풍경 ◆
재작년 공기업에서 퇴직한 박 모씨(62)는 늦깎이 수험생활 끝에 올해 손해평가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반평생을 바친 회사를 마지막 일터로 생각하고 쉼 없이 달려왔지만 막상 은퇴하고 나니 대학생 아들이 아직 독립하지 못한 것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박씨는 요즘 전국 농촌을 돌아다니면서 농작물 피해를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씨는 "아직 부양할 대학생 자녀가 있기도 하고 사회생활도 할 만하다"면서 "건강만 받쳐준다면 일흔이 넘어서도 일할 기회가 있는 직업이라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함 모씨(61)는 국가자격증만 4개를 보유한 '자격증 부자'다. 지난해 전기기사 자격증을 땄고 올해는 젊은 사람도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함씨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려면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쉴 틈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젊은 사람과 겨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자격증을 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주변에서도 나의 영향을 받아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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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처세대'가 다시 일터로 복귀하고 있다. 마처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대체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속하는 이들은 최근 은퇴했지만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과 준비가 덜 된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은퇴와 동시에 다시 경제활동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마처세대는 국가자격증 시험을 가장 선호한다. 최소 20~30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직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만학 돌풍 덕에 지난해에는 마처세대 자격증 취득자 수가 30·40대 '젊은 피'보다 많았다. 17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1년 국가자격을 취득한 50대 이상 인구는 총 11만6177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30대는 10만2325명, 40대는 10만3025명에 그쳐 월등히 적었다.
50대 이상 장년층이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6만2560명으로 지난해 취득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5년간 50대 이상 국가자격증 취득자는 해마다 많게는 전년 대비 30% 이상 폭증하면서 급기야 지난해 30대와 40대를 앞질렀다.
각종 자격증 학원은 장년층과 노년층 수강생이 몰려들며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은퇴자는 물론 이미 칠순을 넘어선 노인들도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잇달아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박 모씨(71)는 공부를 지속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예 강의에 나서고 있다. 박씨는 "요새 강의실에 가면 동년배 수강생을 심심치 않게 본다"면서 "과거 50·60대가 요양보호사를 따려고 했는데 지금은 같은 노인인데 80대 수강생까지 학원에 와서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뒤로 이동은 자유로워졌지만 경기는 되레 침체로 접어들면서 장년층과 노년층이 은퇴를 거부하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42.3% 수준이었던 60대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달 증가한 끝에 6월에는 47.4%에 이르렀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다시 경제활동에 뛰어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마처세대 경제활동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진단한다. MZ세대(1980~2000년대생)와 달리 이른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로 폐기하는 것은 국가 전체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노인 부양비가 급등해 국가도 자녀도 노후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스스로 노년에 대비하려는 현상 자체는 한국의 기형적인 인구 구조상 바람직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석 기자
'빚투 부메랑' 2030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MZ세대, 다시캥거루 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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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씨(28)는 2년에 걸친 짧은 독립생활을 뒤로하고 이달 부모님 집으로 들어왔다.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는 '파이어족'을 꿈꾸며 재작년 취업한 뒤 월급 60%를 주식과 코인에 나눠 투자했는데 자본시장이 무너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세 배로 불어나는 수익률을 보고 욕심이 커진 김씨는 급기야 마이너스통장까지 개설해 투자금을 늘렸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벌써 두 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집주인은 물가가 상승했다며 갑자기 월세를 10만원 올려달라고 했다. 김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30분이 걸리지만 최대한 지출을 줄여야 해 다시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들어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는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과 코인처럼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젊은층이 대출금리와 물가 인상에 시달리면서 캥거루족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40대 이하 성인 남녀 가운데 29.9%는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혼인하지 않은 경우 캥거루족 비율이 더욱 높았는데, 이 연령대 비혼 성인 남녀 중 64.1%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었다. 60대 이상 가구주와 자녀가 함께 사는 비중은 2011년 33.4%에서 2019년 29.3%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30.3%로 다시 증가했다. 그만큼 청년층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이례적으로 부모와 동거하는 가구가 최근 늘고 있다는 의미다. 최선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인이 된 뒤 부모와 동거가 지속되고 비동거 부모에게 계속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심화된 연구를 통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생활물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부모의 경제적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MZ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박 모씨(30)는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해 독립했는데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부모님 집으로 가려고 한다"며 "물가도 많이 상승하면서 소비를 줄였는데도 생활비가 부족해 부모님과 살면서 비용을 절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투자로 빚더미에 앉은 MZ세대가 늘어난 것도 캥거루족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카드 리볼빙 금액은 2017년 말 기준 1조8713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2조2720억원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카드값으로 연명하다가 결국 '빚의 늪'에 빠진 청년들이 급증한 결과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0대 이하 청년층의 가계대출 총액은 95조6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30대 이하 젊은층이 주식과 코인에 대거 투자한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결과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은 62.4%에 달했다. 전체 투자자 10명 중 6명이 MZ세대였던 셈이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49% 대비 13.4%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가 급격히 오르자 독립을 포기하고 캥거루족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캥거루족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펼쳐졌던 양적 완화의 후유증을 젊은층이 직격으로 맞았기 때문"이라며 "경제 활력을 높이지 못하면 청년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부모 세대가 지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마처세대 :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베이비부머와 586세대가 주로 포함된다.
▷ 캥거루족 : 성인이 된 뒤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층을 말한다. 정신적으로 독립심이 부족하단 의미도 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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