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빈부·학력 차별 없이 안전해야 [취재 후]
입력 2020.05.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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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으로 마흔하나인데 나이가 많다고 출근하지 말라고 하네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의 하청업체에서 일한 ㄱ씨는 지난 3월 중순 회사로부터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 비정규직이긴 했으나 계약을 매년 갱신해 수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가 적지 않은 회사였다. ㄱ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난생처음 시위에 나섰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오히려 동종의 다른 업체에 이력서를 낼 때마다 ‘데모한 친구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거절당하기만 했다.
ㄱ씨는 최근 모델하우스 셔틀버스 운전자로 채용됐는데 하루 만에 ‘나이’를 이유로 채용을 번복당했다. 그는 이제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와 함께 만난 동료 ㄴ씨는 “워크넷(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에 들어가 이력서를 넣어도 딱히 연락 오는 곳이 없다. 거절 문자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1~22일 이틀간 인천국제공항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고용절벽’으로 내몰린 이들을 만났다. 감염병에 항공·관광산업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이 위기에 몰려 잠시 몸을 의탁할 곳을 찾기조차 어렵다.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은 쿠팡 택배와 음식 배달일로 몰리고 있다. 더 불안정하고, 더 위험한 일감에 생존을 의지하게 된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이미 수천 명의 사람이 일터에서 사라졌다. 비정규직은 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신입 직원들은 대기발령을 받고, 인턴 채용은 취소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의 ‘전염병’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청년·불안정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장기화하면 누구도 자신의 일자리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일은 먼저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 그다음엔 피치 못해 일자리를 잃더라도 그 고통이 견딜 만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원청업체를 지원하면서 도급계약을 유지하도록 조건을 달아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간접적으로라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일터를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연락을 준 한 면세점 하청업체 직원은 “자르면 나갈 수밖에 없는 계약직은 진짜 더 이상 겪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 안전하고 오래 갈 수 있는 일자리를 잡고 싶은데 능력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것, 배운 것과 상관없이 일자리만큼은 안전하고 오래갈 수 없을까.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