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줄게, 돈 좀 부쳐".. 50대·여성이 가장 많이 당했다
이기훈 기자
입력 2020.08.11. 04:23수정 2020.08.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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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금감원 분석
"누나 바빠? 휴대폰 고장 나서 카톡(카카오톡) 바꿨어. 이걸로 추가해줘."
A씨는 지난해 이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당연히 남동생인 줄 알았던 A씨는 무심코 '알았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자 '남동생'은 "급히 송금해야 할 돈이 있는데 휴대폰 고장으로 공인인증서를 못 써 송금이 어렵다"면서 "누나가 대신 보내주면 오후에 송금해주겠다"고 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580만원을 '남동생'이 알려준 계좌번호로 송금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이 메신저를 보낸 사람은 A씨 남동생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었던 것이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메신저 피싱'의 주된 피해자는 여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메신저 피싱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등을 모방해 지인을 사칭하고, 급전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수법을 말한다. 주로 소액이라 무심코 속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계정이 바뀐 데 대해서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는 게 주된 수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면 속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남성들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돕겠다'면서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대출 빙자형 사기)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한 13만5000명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다.
◇여성은 "엄마, 돈 좀 보내줘" 남성은 "저금리로 갈아타세요"에 당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을 '대출 빙자형'과 '기관·지인 사칭형'으로 분류한다. 대출 빙자형 사기는 금융회사를 사칭한 사기범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유혹해,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자금을 사기 계좌로 보내도록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3만8213명이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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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인 사칭형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당신 계좌가 범죄에 쓰였다.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 피해금을 보내라'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작년 기준 1만183명이 당했다. 최근에는 지인 사칭형 사기의 수법이 진화한 '메신저 피싱'이 늘고 있다. 지난 2017년만 하더라도 1116건에 그쳤는데, 작년에는 6687건으로 늘었다. 금감원 분석 결과,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 가운데 남성(51.6%)과 여성(48.4%)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메신저 피싱 피해자의 70.6%가 여성이었다. 또 기관·지인 사칭형 범죄 피해자 가운데 여성(69%)이 유독 많았다. 반면 대출 빙자형 사기 피해자는 남성(57.8%)이 여성(42.2%)보다 많은 편이었다.
◇대출까지 받아 사기꾼에게 송금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에게 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회사 대출까지 받기도 했다. 금감원 분석 결과, 피해자들은 지난 3년간 2893억원을 빌려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1000억원 규모다. 이 같은 피해는 대부분(91%) 대출 빙자형 사기에서 나왔다. 주로 카드사·캐피털사 등에서 돈을 끌어다 바쳤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이스피싱 사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고객 피해 자금이 집중된 카드사 등 2금융권 대출을 받을 때 '대출 후 바로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또 고객이 2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린 당일, 그 돈을 그간 거래가 없던 사람에게 보내면 '이상 거래'로 의심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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