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반대하면서 증세에 입 꾹 다문 여당의 두 얼굴
이훈철 기자
입력 2020.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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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식양도세 확대 반대..재정준칙도 안돼"
전문가 "증세 없는 확장재정 어려워..증세 안할거면 재정준칙 도입해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중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 후 좌우 반전. 2020.10.0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중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 후 좌우 반전. 2020.10.0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겸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비용이나 대가가 뒤따른다는 뜻으로 기회비용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는 현재 한국의 재정 상황에도 적용된다. 확장재정에는 채무 증가와 함께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대가가 따르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거나 증세를 통해 수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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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권을 쥐고 있는 거대 여당과 유력 대권 주자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짜 점심만 제공하려고 할 뿐 나중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평 과세를 위한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와 지출을 아껴 재정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재정준칙에 거품을 물고 반대에 나선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증세 없는 확장 재정은 어렵다며 공평 과세도 하지마라, 아껴쓰지도 마라하면서 재정은 확대하겠다는 논리는 결국 채무를 찍어내 후대에게 빚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재정준칙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에 대한 여당 위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재정준칙은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에 대해 "왜 시국에 재정준칙을 도입하려고 하느냐"며 "재정준칙 도입을 중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연내 제정을 위한 사업자·종사자·국회·정부 협약식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연내 제정을 위한 사업자·종사자·국회·정부 협약식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문제는 민주당이 재정준칙을 반대하면서 세금 얘기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심해지면서 정권 심판론까지 나오자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여당도 반대에 나선 것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좌절한 2030세대의 분노가 주식시장으로 옮겨 가면서 겨우 진화되나 싶었는데 정부가 주식투자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하니 여당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인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상황 변화와 현장 수용성도 중요하다"며 주식 양도세 확대 재검토를 시사했다.
하지만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여당의 이중적인 태도에 "증세를 하면서 확장 재정으로 갈 건지, 증세를 안하고 지출을 제어하는 형태로 갈 건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증세 없는 확장 재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확장 재정을 위해 정부의 재정준칙에 반대한다면 대안으로 증세를 실시하거나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지출을 제한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재정준칙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출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고, 세금을 걷지 않으면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이게 지켜지면 재정준칙을 위반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출을 늘리면서 세금을 안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건 우리 경제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고, 그걸 제어하는 장치로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스스로 정부 출범 당시 내세웠던 공평과세 원칙을 무너트리려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성 교수는 "기본적으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게 맞다는 것은 공평과세의 원칙이다"며 "종합부동산세는 인상하고 금융과세는 못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