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9 03:08
[제3부 교육에 답이 있다] [5] 한국, 취학前 교육 불균형 심각… 국가적 현안으로 풀어야
5세前 교육이 평생을 좌우 - 유치원 진학률 45%뿐… 절반은 출발線부터 뒤처져
美, 3~4세에 교육 잘 받으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40세에 집 가질 확률 두 배… 평균 연봉 5500달러 높아
A군과 동갑인 B군은 정반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부모는 자식 교육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의 하루는 부모의 관심 밖에 있다. 평일 오후 2시까지는 집 근처 유치원에 다니지만, 집에 오면 밤까지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집에는 장난감이 하나도 없고, 동화책 세 권뿐.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B군은 또래보다 늦게 말이 트였고, 지금도 의사표현을 잘 못한다. B군은 "책 읽는 게 싫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했다.
◇교육 출발선부터 벌어진 격차
A군과 B군은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저소득층일수록 유아기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뒤처진 상태에서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북유럽과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5세 학생들에게 무상(또는 의무) 교육을 실시하지만, 한국은 일부 저소득층에게만 보육비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선진국의 5세 아이들의 90%가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는 반면, 한국은 45%만이 유치원에 다닌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조기 교육기회의 평등에 힘쓰는 이유는 어릴 적 교육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커서 인적자본으로 성장하느냐, 낙오자가 되느냐를 좌우하는 중대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등에선 이를 입증하는 연구 보고서들이 10여년 전부터 발표되고 있다. 교육 스타트라인을 앞당기는 동시에 조기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내년부터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5세 아동에게 1인당 월 최대 20만원씩 지원해줄 예정이지만, 이는 실제 유치원 비용(평균 35만원 선)의 60% 정도밖에 안 되며 교사와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는 취학 전(前)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중·고교·대학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고려대 김경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 교육 수준과 가계 소득이 높을수록 전문계보다 일반고에 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서울대 신입생 1463명의 가계 소득을 조사한 결과,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학생이 60%, 소득 하위 10~30%에 속하는 학생이 7.6%, 하위 10% 이하는 2.8%에 그쳤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개인과 국가 경쟁력 좌우
부산에 사는 이모(30)씨는 대학 졸업 후 월급 100만원이 안 되는 계약직만 전전하고 있다. 이씨는 어렸을 때 장사를 하는 부모와 하루 1~2시간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 5살 때 잠시 집 근처 보습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거의 집에서 혼자 오락을 하거나 TV를 보며 지낸 것이 그가 인재로 성장할 잠재력을 억눌렀다고 그는 생각한다.
미국 럿거스대 스티븐 바넷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3~4세에 저소득층 자녀 중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아이가 40세가 됐을 때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취업률이 14%포인트(22.6%)나 높았고, 평균 연봉도 5500달러 많았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20%포인트(34.5%)가량 낮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연구전문위원은 "취학 전 교육기회의 격차가 개인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의 격차로 이어지고, 교육기회를 얻지 못하는 국민의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사회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경제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