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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지정 손써주고 그 대가로 매달 지원금 떼가는 복지단체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2.09.22 00:00 👁 137
 

첫달엔 전액, 이후 최대 20%'
복지 사각지대 없앤다' 모토, 상담·회원 가입 받으며
회비 납부 계약서 쓰게 해… "300~400명은 이용했을 것"

사후 관리까지도
일단 기초수급자 지정되면, '소득 추적 안당하려면
일용직 노동 나갈 때…딴 사람 주민증 사용하라'
'직업은 갖지마라' 안내까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45)씨는 작년 7월 정부에서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됐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한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이씨는 건강 문제로 인해 몇 년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궁핍한 생활을 해왔지만, 한때 제조업체서 일했고 외관상으로는 근로 능력에 큰 문제가 없어 보여 동사무소에 기초생활 지원을 요청했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곤 했다. 이때 알게 된 것이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민간 복지단체였다.

이씨는 "우연히 소개받고 찾아가 혼자 노모를 모시고 있는 상황과 직장을 갖기 어려운 점 등을 이야기했더니 병원을 소개해줘 근로 능력이 없다는 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고,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현재 매달 40만원 가까운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원금은 이씨 혼자 몫이 아니었다. 수급자 지정 이후, 단체에서는 이씨의 급여 통장으로 들어오는 지원금의 10~20%를 매달 가져갔다. 첫 달에 지원된 금액은 그동안 들어간 경비 조로 전액 납부해야 했다. 이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해 지원금의 일부를 회비로 납부하기로 계약서까지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이 단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수급자 지정 자체가 어려웠겠지만, 이래도 되는지…"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확인한 결과 이 단체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모토를 내걸고 상담과 회원 가입을 받고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300~400명이 이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수급자로 지정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급자 지정 과정에 도움을 주고 급여의 일부를 받아가는 민간단체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수급자 자격을 얻는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급여에 대해선 수급자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용도에 썼든지 위법성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됐거나 강제로 단체에 가입을 시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자격자로 만들기 위해 위조 서류나 허위 진단서 등을 사용했거나 별도의 이면계약서 작성 등 회원 가입 과정에 강제성이 있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포함한 일부 수급자들은 왜 민간단체를 찾아가 자기 급여의 일부를 납부하면서까지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것일까.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의 기초생활수급자는 142만명이다. 지난 2009년 말 1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숫자가 감소해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절대 빈곤층의 숫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1월부터 국세청·고용노동부·건강보험공단 등 27개 기관의 213종 소득·재산 자료와 인적사항 정보, 120여개의 복지서비스 이력 정보를 통합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이 가동되면서 지속적으로 기존 수급자에서 탈락자가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복지 예산은 늘어나는데 왜 해마다 수급자는 줄어드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복지 전문가는 "현재의 빈곤층 규모에 비해 기초보장 수급을 받는 사람은 절반이 안 되기 때문에 수급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며 "정부의 통합관리를 통해 부정 수급자를 가려내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더 위험한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 이씨가 가입된 단체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이후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 단체에선 일단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면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 ▲아르바이트를 해도 소득이 노출되지 않게 즉석에서 현금을 받을 것 ▲일용직 노동을 나갈 때는 다른 사람 주민등록증을 사용해 소득 추적을 방지할 것 등 각종 편법을 통해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의 기초생활수급자 모임 등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방법, 근로 능력 판단 기준, 부양의무자 조건 등에 대한 정보 교환과 함께 엄격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피해 나가는 방법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곤 했다.

현재 일선 행정기관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이들이 편법적 수단까지 알아보는 단계로 내몰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일선 읍면동까지 전달되는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하중이 크기 때문에 잠재적 수급자에 대한 상담 업무 등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들이 공적 서비스 대신 외부의 민간 서비스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민간단체의 서비스가 수급자 권리 찾아주기 운동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모르겠지만, 단체의 수익사업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또 다른 사회 문제이자 수급자들에게 가야 할 재정을 갉아먹는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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