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낙인 세대(scarred generation)' 7500만명… 세계 경제의 뇌관 되다
"정년 늦추면 소비인구 증가···일자리 생기고 청년 실업도 해결"
예전엔 개발도상국들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美·英 등 선진국까지 위험수위
내수 악화 낳고 사회적 불만 키워…월가 점령 시위는 단지 전주곡이었다

"이 문제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시한폭탄이다."(가이 라이더·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세계 경제에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잃어버린 세대)'이 출현하고 있다."(네마트 샤픽·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이들이 경고하는 사안은 세계 각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번지는 청년 실업이다. ILO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청년(만 15~24세) 가운데 실업자는 7500만명으로 세계 총실업자의 40%에 해당한다.
청년 실업이 지금 최우선 글로벌 현안으로 부상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아르헨티나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2001년) 사태 등으로 남미·동유럽·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의 청년 실업이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작금의 청년 실업은 미국·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는 지금 청년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실업자다.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장년층 실업률보다 4배나 더 높다. 남유럽 P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4개국은 물론
미국(16.4%)·
영국(21.9%)·
뉴질랜드(16.7%)·
아일랜드(30.3%)·
캐나다(13.9%)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청년 실업률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0년여 만에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OECD 회원국을 통틀어 5년 전인 2007년보다 청년 실업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된 나라는 기업과 학교에 의한 이중(二重)직업 교육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독일이 유일하다.
둘째, 선진국의 청년 실업 심화는 해당 국가의 내수 부진→선진국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동반 경기(景氣) 침체→다시 글로벌 불황 장기화로 이어지는 연쇄 악순환(惡循環) 구조를 고착화하는 주범(主犯)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저성장·불황 기조가 이어지면서 ILO는 "청년 실업 사태가 적어도 2016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은 청년 실업이 개인적인 상처와 사회적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틸 본 왓처(Wachter) 교수 등의 연구에 의하면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IQ와 능력이 비슷한 두 젊은이 가운데, 곧장 취업한 사람과 1년간 실업 상태였던 이가 경제생활을 할 때 10년 후 두 사람의 연봉 격차는 20%, 다시 10년이 지난 다음에는 15% 정도로 좁혀지지 않는다. 사회에 처음 진출할 때 기능 연마 기회를 박탈당하고 이후 생존 경쟁에서도 뒤지는 '낙인 효과(scarring effect)'에 평생 시달리는 것이다. 이른바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를 일컫는 '낙인 세대(scarred generation)'가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세대보다 연금은 적게 받으며, 더 오랫동안 일하고, 앞 세대를 오래 부양해야 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게 되는 현재 청년들은 범죄 증가나 과격 시위 등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지난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와 런던 폭동 등은 청년 실업 사태의 가공할 만한 위험을 보여준 전주곡(前奏曲)에 가깝다.
Weekly BIZ는 40년 동안 실업문제에 천착해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리스 피서라이즈(Pissarides)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를 만나 청년 실업이라는 글로벌 난제(難題)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 ▲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교수는 위클리비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청년 실업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블룸버그
피서라이즈 교수는 청년 실업 문제와 관련해 가장 바쁘고 잘나가는 세계적 권위자다. 유럽위원회(EC)와 세계은행·OECD·영국 재무위원회 실업문제 특별 자문관(special advisor)인 그는 사이프러스(Cyprus)중앙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그의 핵심 논거는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공적(功績)인 '일자리 탐색 마찰 이론(job search friction)'이다. 직업을 구할 때 발생하는 정보의 불완전성과 지리적 거리 등으로 인해 실업이 구조화된다는 것으로, 구인자와 구직자가 일자리를 서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불일치가 빚어지는 미스매칭(mis-matching)에 의한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일자리는 비어 있는데 실업률이 증가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노동시장 적극 개입 ▲기업에 고용 인센티브 지급 등을 주장했다.
Weekly BIZ가 지난달 영국 런던 시내 중심부에 있는 LSE 연구실을 찾았을 때, 그는 "브뤼셀 소재 솔베이경영대학원에서 실업문제 특강을 마치고 돌아왔다"며 "매월 20일 정도는 세계 각국의 세미나와 경제 포럼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실업 해소가 중장년층 실업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이 청년 실업 문제의 정점(頂點)입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청년들의 '낙인 효과(scarring effect·적령기 취업 실패로 미래에도 계속 고통받는 현상)'가 극에 달할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 자격을 상실한 청년이 급증하면 치솟는 사회적 비용과 불만을 감당하지 못해 공동체 전체가 큰 재앙에 직면할 것입니다."
◇불황·기성 근로자 과잉보호·직업교육 부재…삼중고(重苦)가 주범이다―세계가 높은 청년 실업으로 휘청거리는데 원인이 무엇인가?
"첫째는 불황이다. 이 때문에 기업 입구에 자물쇠를 건 기업이 속출해 청년 실업률이 일반 실업률보다 3배 정도 높다. 둘째는 중장년층의 과다한 고용보호이다. 중장년층을 해고할 경우 많은 해고 수당을 지불해야 해 해고를 못 한다. 일자리에 맞는 실무형 교육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생겨도 취업을 못 하거나 꺼리는 청년들이 많다. 미스매칭에 의한 '구조적 실업'에다가 불황 여파로 취직하고 싶어도 못 하는 '수동적인 실업'까지 겹쳐 유례없는 청년 실업난이 불거지고 있다."
―작금의 청년실업을 평가한다면.
"처음 교수가 된 약 37년 전엔 청년 실업이 평균 3% 정도였다. 당시는 불황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불황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이 힘을 합쳐 가장 힘든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과 지금 상황을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졌나?
"훌륭한 인재가 적절한 회사와 연결되는 매칭 과정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그 결과 기업들은 젊은 새 직원 채용보다 기존의 피고용자들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정부는 기업의 신규 인력 고용 시 인센티브를 대폭 줄였다. 앞으로 최소 1~2년은 이런 상황이 더 심해져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남유럽의 청년 실업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듯한데.
"그렇다. 남유럽의 경우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과 저성장이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유로존 위기가 미국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고성장이 멈추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청년 실업이 더 악화될 것이다."

- ▲ 그래픽=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개별 국가 넘어 인접국과 공동의 연합 청년 실업 정책이 효과적"―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
"한 가지 의미 있는 방안은 이웃 나라끼리 공동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통합정책을 점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는 블록화돼 있어 인접국끼리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유로존은 유럽 전체, 중국은 인도·한국의 금리정책을 좌지우지한다. 비슷한 지역 경제권에 자리 잡고 있다면 서로가 좀더 커진 단일 국가란 생각을 갖고 청년 실업 문제에 공동 대처한다면 진정한 시너지(결합)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별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기간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또 법인세는 지금보다 훨씬 낮춰 기업 부담을 줄이고 고용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 줄어든 세수(稅收)는 소비세를 높여 충당하면 된다. 혹시 이 과정에서 재정부채가 생기더라도, 경기가 본격 회복되면 부채는 금방 줄일 수 있다. 청년 고용 증진을 겨냥한 직업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영국·미국의 청년 일자리는 금융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 많이 창출되고 있고 헬스케어나 간호 분야가 앞으로 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커리큘럼을 가르치는 고교 교사를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독일은 '도제(徒弟·apprentice) 시스템'으로 청년 실업률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선됐다. 독일이 청년실업 해결의 교본이 될 수 있나?
"독일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은 40% 미만이다. 나머지 60%는 3년 반 동안 '도제 시스템'을 거쳐 현장에 취업한다. 지난해 독일 '도제 시스템'에 입문한 견습생만 57만명이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올 3월 7.9%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70% 이상으로 높은 한국은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게 불가능하다."
피서라이즈 교수는 하지만 "어떤 나라든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큰 업종과 분야를 잘 선택해 도제 시스템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은퇴 정년 늘어나면
稅收기간 늘어 재정 수입 늘고
연금 지급 늦어져 재정지출 감소
소비 인구 증가해 일자리도 늘어한국의 고학력 인플레
불경기엔 비록 비정규직이라도
일할 수 있는 경험 주는 게 중요
실업 상태로 1년 넘기면 위험◇"은퇴 정년(停年)을 늘려라…비정규직이라도 일 경험이 중요하다"피서라이즈 교수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려면 은퇴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실제 영국 정부는 최근 은퇴 정년을 만 68세로 높이는 등 여러 선진국에서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년 상한선을 연장하고 있다.
―은퇴 정년을 늘리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더 줄어 청년 실업이 더 악화될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어떤 정부나 연구기관도 '은퇴 연령을 높이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두 가지다. 은퇴 연령을 높이지 않으면, 은퇴 인구에 지급하는 연금과 세금이 많아져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 그 부담은 젊은 세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은퇴 인구의 소비 행태도 중요하다. 정년이 늘면 소비 시장에서 지속적인 구매 행위가 벌어진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세수(稅收) 기간이 연장되면서 고령인구에 대한 재정지출이 감소하며 소비인구 증가로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국은 고(高)학력 인플레의 폐해가 심하다.
"한국에선 기업 수요와 고학력자의 눈높이가 안 맞아 구조적 실업자가 늘었지만 세계적으로는 대졸자가 늘어 청년 실업이 약간 해소되고 있다. 10년 전 세계 청년 실업자는 7300만명이었으나 올해는 그때보다 180만명 증가했다. 인구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높은 증가율이 아니다."
―청년실업이 다소 해소돼도 비정규직이 주로 늘어날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다.
"불경기일 때는 비정규직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불경기에서 실업 상태가 1년을 넘기면 위험하다. 아르바이트라도 만들어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줘야 한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도 오르고 있는데, 한국 정부에 해법을 충고한다면?
"확실한 것은 30~40대 장년층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 보호하려는 나라가 앞으로 가장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스페인을 봐라. 해고 비용이 높은 중장년층 때문에 노동유연성이 떨어져 있고 청년들은 비정규직에 몰려 있다. 스페인이 이 문제만 해결해도 프랑스 수준으로 청년 실업률을 25%대로 낮출 수 있다. 한국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34%)이 낮아 추가예산을 쓸 여지가 많다. 고용 보조금 정책은 잘만 하면 실업 수당 지출을 줄일 수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Christopher Pissarides) 교수는출생:1949년 사이프러스 니코시아(수도)
학력·경력:1971년 영국 에섹스(Essex)대학교(경제학 학사·석사)
1973년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박사
1976년~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경제학과장 역임)
수상:2005년 독일노동연구소(IZA)상, 2010년 노벨경제학상
기타:유럽 경제정책연구소·독일노동연구소 연구교수,유럽경제협회(EEA) 부회장
저서:'균형실업이론(Equilibrium Unemployment Theory)' 등
취미:정원가꾸기,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