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빔 콕 前네덜란드 총리 인터뷰]
"이상적 복지 없지만 합리적 복지는 있다… 단 1유로도 제대로 써야"
네덜란드의 기적 비결은 - 정부는 세금 낮추고 기업은 고용 늘리고
노조는 일자리 재분배 합의… 오랜 화합의 리더십으로 복지·성장 두 토끼 잡아
지금 위기에 빠진 나라들은 - 수십년 개혁 미뤄 온 시간 낭비의 대가 지불하는 것
"이상적인 복지는 없지만 합리적인 복지는 있다. 단 1유로라도 어떻게 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장밋빛 발언을 토해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입지를 위태롭게 한다. 포퓰리즘은 선거가 끝난 뒤 시민의 분노로 변할 뿐이다."
6~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달 29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수록 사회·정치적 악영향이 심각해진다"며 "지금 위기에 몰린 나라는 모두 수십년간 개혁이 부진했던 곳이며 그들은 지금 시간을 낭비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그는 네덜란드 노총위원장 시절 노·사·정 대타협인 바세나르협약을 성공시켰고, 네덜란드 경제를 4%에 가까운 성장세로 돌렸다. 네덜란드는 유로존 위기에도 독일·룩셈부르크·핀란드와 함께 국가신용의 최고 등급인 '트리플A'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을 생각했으면 한다. 모두 고령화에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복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개방경제를 추구했다. 두 방향에서 시의적절하게 개혁한 것이다. 그 결과 성장을 달성하고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나라들이다."
네덜란드는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까?
"노동자들이 '하루살이' 같은 삶을 버리고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월급만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녀에 대한 혜택, 월급이 끊긴 뒤에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연금, 갑자기 실업자가 됐을 때를 대비한 보험을 원했다. 국민이 오래 살면 일자리 없이 사는 사람도 늘어난다. 아픈 사람도 늘어난다. 자녀 양육에 대한 걱정도 늘어난다."
그는 "우리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복지의 가치'를 국민에게 이해시켜 '균형'을 잡는 과제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서로 이익을 존중했고 각자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려고 애썼다. 복지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하고 결국 화합하고 연대(solidarity)할 수 있다. 현대에 어울리는 리더십은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시대를 읽는 이해력, 그리고 포용력이다."
네덜란드는 이미 1980년대 '성장과 복지의 균형'에 성공했다. "복지 자체가 국가의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지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노·사·정의 연대를 통해 실업자를 인력이 부족한 곳에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콕 전 총리는 "네덜란드가 성공한 것은 이해관계자들이 긴밀히 협력하는 전통, 즉 화합하는 전통 덕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네덜란드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정부는 기업의 비용 감축을 위해 세금을 낮췄다. 대신 기업은 고용을 늘렸고 주요 현안에 대한 노조의 발언권을 인정했다. "노조는 일자리 재분배를 위해 주간 노동시간을 감축했다. 모두 얻은 만큼 양보한 것이다." 그는 "화합과 연대, 합의가 필요한 것은 복지의 '무임승차'를 막는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메르트·프로디·라이시… 세계적 명사들 속속 입국… 6~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 주최로 열리는‘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정계·학계·재계의 세계적인 명사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4일 입국한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장관(왼쪽부터). 이에 앞서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CEO와 짐 클랜시 CNN 앵커는 3일 입국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콕 전 총리가 주도한 네덜란드의 협약은 IMF 외환 위기 직후 한국의 노·사·정 타협 모델로 도입됐다. 하지만 그는 "복지 모델은 수출품이 아니라 각자의 전통과 가치관에 따라 조절되는 것"이라며 "네덜란드를 포함해 세계 어떤 나라도 시대를 관통하는 복지에 대한 정확한 해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 스스로 한국식 복지 모델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 모델의 경우 각 나라에 오랫동안 깔려 있는 사회적 기반과 가치 추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수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며 "나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내가 경험한 '네덜란드의 기적(a Dutch miracle)' 사례를 주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대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교육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자가 실직 이후에도 언제든지 노동시장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선 맞지 않는다."
그는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조화롭고 성공한 사회란 정부, 민간 부문, 노동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 등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할 준비가 된 사회다. 경제 발전은 사회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복지는 앞으로 생태계 부문까지 의미가 확대될 것이다. 보다 더 광범위한 집단이 공정한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계속 진보할 것이다. 이 진보를 수용하는 것이 결국 일류국가가 아닐까."
콕 전 총리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과 '직격 인터뷰: 지속 가능한 복지' 등 2개 세션에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