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공약 전쟁이 끝났다. 여야는 당초 정부 예산에서 5000억원을 줄이면서도 복지·교육 분야는 4조3700억원을 늘렸다. '무상 보육' '사병 월급 인상' '반값 등록금' 등 대부분 젊은이들을 위한 대선 복지 공약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복지 공약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 이행 비용은 132조원이고, 올 예산에 반영한 게 2조4000억원이다. 앞으로 4년간 한 해 평균 30조여원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실제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노인 일자리 확대 등 덩치 큰 공약은 대부분 내년부터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올해 정부 총예산이 작년보다 17조원이 늘어났으니, 내년부터 얼마나 쏟아붓기를 해야 할지 짐작할 만하다.
매년 30조여원은 세금이나 준조세인 건강보험 재정 등 기금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우선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내년부터 매월 20만원씩 주겠다는 기초연금이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올해 노인의 70%에게 월 9만7000원씩 준다. 그러나 공약대로 내년부터 모든 노인에게 돈을 주면 현재 4조여원에서 당장 13조여원이 든다. 저소득층에게 주는 기초생활보장비보다 돈이 더 드는 가장 비싼 복지 제도로 변한다. 물론 새 정부는 핵심 공약이라며 어떤 무리수를 두더라도 시행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하지만 재벌 노인에게도 돈을 주겠다며 빚잔치를 한다면 비웃음만 살 뿐이다. 더욱이 이 돈을 지금처럼 시·군·구도 지방비로 일부를 대라고 하면 당장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것은 뻔하다.
여당의 '4대 중증 질환비 전액 국가 부담' 공약은 암과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처럼 돈이 많이 드는 질병은 2016년까지 100% 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선택 진료비, 병실료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모두 포함하겠다고 한다. 말만 국가 부담이지, 실제로 여기에 필요한 2조여원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 예산에서 쓰게 된다. 하지만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내라는 게 문제가 아니다. 병실료나 검사료 등 비급여 항목이 693개나 된다. 이런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만들 자신은 있는 것일까. 더욱이 병·의원들은 지금까지 진료비 적자를 병실료나 선택 진료비 같은 비급여로 벌충해왔는데 비급여를 없애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환자들끼리도 불만이 터져나올 게 뻔하다. "암 환자는 병실료까지 보험 혜택을 주는데, 암 환자가 아니라고 왜 보험 혜택을 안 주느냐"고 항의하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비급여를 100% 급여로 만든다는 공약은 애초 무리"라고 지적한다.
여야는 이번에 대선 공약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주는 의료 급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현 정부가 임기 내 의료기관에 못 준 돈을 털고 가려고 만든 예산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이 돈을 깎아 의료 기관에 줄 3000억원을 또다시 '빚'으로 남겨놓았다. 이제 국민에게 남은 것은 132조원의 막대한 공약 이행 비용 청구서뿐이다. 국채를 발행하든 세금을 올리든 값비싼 복지 공약 전쟁의 혹독한 대가는 국민의 몫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