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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C 2.0 시대]② 겉은 요양소, 속은 수용소...서비스 열악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3.11.16 22:10 👁 119
 
: 2013.09.04 10:40 악취가 코를 찔렀다. 햇살이 잘 들지 않아 실내는 눅눅했다. 지난 1일 오후 3시 경기도 광주의 한 노인요양원. 어두컴컴한 복도를 따라갔다. 노인 20여명이 거실에 모여 구형 TV를 보고 있었다. 기자는 노모가 치매에 걸려 요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장은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노모가 어떤 기저귀를 차야 하는지부터 대뜸 물었다. 조리실에선 식사를 만들었다. 노인의 질환과 영양 상태와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식단이었다. 원장은 이가 불편한 노인은 믹서기로 갈린 밥과 반찬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시설 정원이 차려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노모를 입소시키라고 종용했다.

노인 인구 급증에 맞춰 노인 장기요양서비스(LTC) 시설의 수도 늘었다. 1980년 70개에 불과했던 시설은 현재 전국 4000여에 이른다. 지난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낮은 수준이다. 영국·독일·미국·일본 등 선진 LTC 사례를 단순히 베낀 탓이다. 3년 연속 최우수 장기요양기관에 선정된 ‘너싱홈그린힐’의 조혜숙 원장(60)은 “요양 시설은 하드웨어 못지 않게 그 안의 서비스가 중요하다. 요양 전문 인력의 관리부터 신경써야 한다”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양한 맞춤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르신이 집보다 시설을 더 편하게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환기 안돼 악취 가득… 전문요양사도 없어

경기도 광주시 소재 ‘ㅅ 시설’은 3층 건물이다. 1층 주차장과 3층 지원시설이 차지하고 노인 20명이 2층에서 생활한다. 대부분 휠체어 없이 활동이 불가능한 (준)와상환자다. 병실은 2~3인실. 방안은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났다. 원장은 직원 10여명이 노인을 상시 관리한다고 소개했다. 이 요양 시설에는 전문 요양사 8명이 있다고 광주시의회 행정복지위에 등록했다. 그러나 한 시간 넘게 시설을 살피면서 마주친 직원은 한명 뿐이었다. 관절염 환자용 물리치료실의 문은 닫혀 있었다.

원장은 시설 정원에 여유가 별로 없으니 빨리 입소시켜야 한다고 재촉했다. 3인실은 월 65만원, 2인실은 95만원이라고 했다. 서비스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3인실 비용을 내더라도 말만 잘 하면 2인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귀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한 노인요양시설의 2인실 자부담(가족부담) 비용은 이곳보다 10만원 비싼 105만원이었다. ‘ㅅ’ 시설에 근무했던 조 모 간호사(여·38)는 “여러가지 이유로 요양사와 간호사들이 자주 바뀌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방에 있는 노인 대부분은 이불로 몸을 감싼 채 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그들이 자는지 숨을 멈췄는지 알 수 없었다.

◆ “소변 몇 번 더 보면 그때 기저귀 갈아줄게요”

지난 2일 찾은 경기도 부천시 소재 ‘0 요양원’은 외관만 말끔했다. 안은 겉과 달랐다. 4인실 방 두 개에 딸린 화장실은 하나. 화장실에서는 썩은 계란 냄새가 진동했다. 노인들은 화장실 이용을 두고 자주 다퉜다. 병실은 남녀 구분이 없었다. 한 남자 노인은 할머니에게 자신의 성기를 만져 보라며 농담을 던졌다. 과거 복싱을 했다는 한 노인은 다른 환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시설에는 그 노인을 저지할 남자 요양사가 없었다.

한 노인이 침대에서 다급하게 간호사를 찾았다. 소리내 불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벨도 없었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옆 방의 보호자가 나서 요양사를 불러줄 때까지 노인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노인은 기저귀에 소변을 봤다. 요양사에게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요청했다. 요양사는 “소변을 몇 번 더 보면 그 때 갈아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노인의 가족이 크게 화를 냈다. 그제서야 직원은 기저귀를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노인 10여명이 건물 밖으로 산책을 나왔다. 동행 직원은 한명.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우왕좌왕하며 휄체어 바퀴를 굴렸다. 여기저기서 노인들이 부딪혔다. 노인 한명은 출입문 사이에 끼일 뻔 했다. 밖은 소란스러웠지만 시설 내부는 조용했다. 난리통에 나온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자리를 비웠던 직원은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 “돌보는 손이 많아야 간병의 질이 높다”

임종을 앞둔 구순 노인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다. 노인은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취재진에게 미소를 보였다. 그 방의 이름은 ‘평온한 방’. 전문 요양사가 24시간 곁을 지키고 있었다. 방 밖에서는 노인 20여명이 모여 퀴즈를 즐기고 있었다. 3인 1조가 한 팀이고 간호학 전공 직원들이 팀당 한 명씩 붙어 있었다. 조심스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노인들은 밝게 웃었다.

지난 1일 장기요양 대상자들이 경기도 광주 ‘너싱홈그린힐’ 3층에서 요양사들과 함께 퀴즈 게임을 하고 있다. /송병우 기자
지난 1일 장기요양 대상자들이 경기도 광주 ‘너싱홈그린힐’ 3층에서 요양사들과 함께 퀴즈 게임을 하고 있다. /송병우 기자
경기도 광주 탄벌길 소재 너싱홈 그린힐. 이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09년부터 매회 최우수 장기요양기관으로 뽑혔다. 4층 건물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2층은 맨발로 다니는 정원과 잔디로 꾸며졌다. 3층에서는 자활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노인들은 중풍·치매·당뇨 등을 앓고 있다. 그들은 요양사의 질문이 끝나면 앞에 놓인 속담 카드를 들었다. 1등이 나왔다. 요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노인들이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은 한 노인은 자기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간호사 한 명이 곁을 지켰다. 인사를 건네자 노인과 간호사가 함께 눈인사를 했다. 너싱홈 그린힐의 모든 방은 남향으로 돼 있다. 개인용 침대, 옷장, TV, 화장실이 있었다. 전문 요양사들은 침대 옆 테이블에서 독서를 하거나 노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조혜숙 원장은 “시설의 쾌적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돌보는 손이 많아야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기관별 서비스 천차만별…“불량 시설 제재 방안 있어야”

보건복지부는 2011년 전국 3195개 장기요양기관을 평가했다. 평가 항목은 ▲기관운영 ▲환경·안전 ▲권리책임 ▲급여제공과정 ▲급여제공결과 등 총 5개.

평가에 따르면 시설평가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5.8점으로 2009년 76.9점에 비해 낮아졌다. 60점 미만 기관은 556개로 전체 조사 대상의 17.4%였다. 기관별 표준편차는 16.3점으로 시설마다 서비스 수준 차이가 컸다. 황재영 노인연구정보센터장은 “상위 10% 우수기관을 위한 인센티브는 있지만,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곳에 대한 제재 방안이 미흡하다”며 “60점 미만 기관을 개선해야 전체 요양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역별 점수에서는 기관운영 항목이 73.3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 항목은 직원들의 후생복지 및 교육, 급여지침 등을 포함한다. 황 센터장은 “요양 서비스는 직원이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판가름난다”며 “직원의 재교육과 복리후생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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