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한 주부는 올해 맞벌이를 위해 직장을 얻을 계획이었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맡기기 위해 집 주변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알아봤지만 모두 대기자가 넘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초구뿐 아니라 동작구에 있는 어린이집까지 수십 곳에 대기자로 등록했지만 1순위, 2순위
가정에 밀려 입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는 “무상보육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동을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7만8014명(중복 제외)명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정원 5만5150명보다 2만3000명가량이 많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동들이 모두 퇴소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자들이 여전히 남는 상황이다.
우선순위를 부여받지 못하는 일반 가정의 경우 사실상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맞벌이 가정, 3자녀 또는 영유아 자녀(만 5세 이하)가 2명 이상인 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인 부모 가정 등 1순위자에게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1순위 대기자만 해도 전체 정원의 5∼6배가 넘는 곳도 많다. 실제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은 0세반 1순위 대기자만 797명이다. 이 시설의 전체 정원이 140명인 점을 감안하면 1순위자도 입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중복 신청이 가능해 어린이집별 대기자는 대부분 정원의 10배가 넘는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지난해 890억 원에서 올해 690억 원으로 200억 원이 줄었다. 지난해 당초 목표(80곳)를 크게 웃도는 110여 곳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실적을 올리자, 이를 토대로 1곳당 기본 예산이 올해 깎였기 때문이다. 확충 목표는 80곳에서 100곳으로 늘었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어, 지난해처럼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는 어렵게 됐다. 올해 보육 및 양육비 지원이
확대되면서 시 예산 상황이 어렵게 되자 애꿎게 다른 복지 예산이 줄었다는 볼멘소리도 시 내부에서는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장모(37) 씨는 “보육비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대신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늘어나기를 희망하는 부모들도 많다”며 “무상보육을 한다고 서울에서만 연간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데 이 돈의 일부만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으로 돌려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