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공무원연금이 우리 사회 갈등의 한 축이 됐다.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때문이다. 논란이 크다 보니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적자 확대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고, 어떤 개혁이 필요할까. 『공무원연금 50년사』(행정안전부·2011)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1960년 공무원연금 도입 당시 평균 급여율(퇴직 전 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은 40%, 수급연령은 60세였다. 그런데 90년대 초까지 76%로 올랐다. 인상률이 90%나 됐다. 유족연금도 사망 전 배우자가 받던 연금의 40%에서 70%로 올랐다. 20년 가입하면 40대에도 연금을 받도록 지급 개시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91년 퇴직수당 제도를 도입하면서 민간인처럼 퇴직금도 생겼다. 퇴직금이 없는 게 아니라 평균 금액이 민간 부문의 40%로 적을 뿐이다.
95년에는 보험료를 1%포인트 인상하고 60세부터 연금을 받도록 바꿨다. 하지만 60세 규정이 96년 이후 공무원이 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2000년 개혁 때는 보험료를 1%포인트 올리고 수급연령을 일부 손봤다. 대신 연금 적자가 발생하면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 조항으로 인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2009년 개혁은 강한 편이었다. 당시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은 이렇다. 행안부는 “기여금은 27% 인상하고 연금액도 최대 25% 인하해서, 향후 5년간 연금 적자 보전금은 현행보다 51%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예상과 달리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대폭 연금을 깎겠다는 설명과 달리 경력 10년 이상일 경우 연금을 깎지 않았다. 10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첫 연금액의 삭감은 없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장기 재직자는 오히려 연금이 올라갈 가능성까지 생겼다. 2009년 개혁 때 보험료와 노후 연금액 산정 기준을 보수월액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과세소득으로 바꾸면서다. 보수월액에는 각종 수당이 빠져 있어 과세소득의 65%에 불과했다. 산정 기준이 바뀌면서 개혁 이전에 가입했던 기간의 경우에도 노후 연금이 54%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공무원들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보험료를 훨씬 많이 낸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연금 보험료는 60년 보수월액의 2.3%에서 단계적으로 올라 2001년 8.5%(자기부담금 기준)가 됐고 2009년까지 유지했다. 그런데 이는 보수월액 기준이다. 국민연금처럼 과세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5.5%로 떨어진다. 2001년 보험료 인상 전에는 4.9%였다. 2010년 이전까지는 국민연금(4.5%)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은 도입한 지 54년, 국민연금은 26년 지났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야 공무원들의 주장이 타당할 텐데, 국민연금의 재정 상황을 보면 올리지 않기 힘들 것이다.
공무원연금 보험료가 많게 느껴지는 것은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한이 높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월 398만원, 공무원연금은 790만원이다. 소득이 이보다 높아도 이 정도까지만 보험료를 매긴다. 소득 상한이 높으면 연금도 높다. 월 500만원 소득이 있으면 공무원연금은 월 313만원, 국민연금은 월 120만원이다. 공무원연금은 33년 가입, 국민연금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33년으로 바꾸면 연금액이 99만원으로 줄어든다. 월 700만원 소득이면 차이가 더 벌어져 공무원연금이 439만원, 국민연금은 99만원이다. 2009년 개혁 이전 가입자라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2010년 이전에 공직 생활을 시작한 공무원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70%를 유족연금으로 준다. 금액이 깎여도 300만원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 배우자의 유족연금이 하위직 공무원의 정식 연금보다 더 많은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공직사회에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이래서 하후상박(下厚上薄)식 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논란을 정리하려면 정확한 실태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입직(入職) 시점·직급·근속연수·연령별 (예상)연금액이 하루빨리 공개돼야 한다.
‘누가 더 받고 덜 받는다’는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을 비교 가능한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민간처럼 퇴직금을 올려주고, 개인연금 보험료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미국 연방공무원의 연금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4.5%)만큼 정부가 공무원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일부만 지원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2007년 1월 각계 대표로 구성된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가 제시한 개혁안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과도하지 않다면 이런 방식으로 개편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제대로 해야 군인연금·사학연금도 따라갈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