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노인 실태 조사'를 보면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은 28.4%밖에 안 됐다. 1994년엔 54.7%였다. 20년 사이 절반이 됐다. 노인 부부끼리 사는 가구는 44.5%,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혼자 사는 독거(獨居) 노인은 23.5%였다.
노인들이 자녀와 따로 사는 비율은 앞으로도 늘어갈 것이다. 30~40년 전엔 노인 수명이 짧아 자녀들의 부모 부양(扶養) 기간이 길지 않았다. 지금은 90세, 100세까지 사는 시대다. 자녀들이 아무리 효자·효녀라 해도 부모의 은퇴 후 30년, 40년을 봉양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우리나라 노인 복지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2013년 유엔인구기금이 각국의 노인 복지 수준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39.9점으로 조사 대상 91개국 가운데 67위였다. 작년 7월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돼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10만~20만원씩 지급되고 있지만 씀씀이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을 받는 노인은 32%밖에 안 된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노인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지는 벌써 오래됐다.
이번 조사에서 노인들의 운동 실천율은 58.1%로 10년 전의 29.3%보다 갑절이 됐다. 건강검진을 받는 노인도 83.8%로 10년 전 51.0%보다 크게 늘었다. 가족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사회적 부양도 빈약한데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노인 난민(難民)'의 폭증을 예고하는 섬뜩한 소식이다.
우리 사회를 이만한 수준으로 성장시킨 공로자들이 지금의 노인 세대다. 그 노인들의 82.4%가 여가 시간에 주로 하는 일이 'TV 시청'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이 갈 곳 없고 할 일 없어 공원이나 경로당에나 처박혀 있는 사회를 만들어선 안 된다. 노인들의 소일거리, 일거리를 노인들 개개인이 해결할 문제로만 놔둬선 곤란하다. 노인들이 시니어 대학을 다니고 색소폰·드럼을 즐기면서 새 지식을 습득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학습·취미 활동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노인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최대한 늘려줘야 한다.
허모(85·경기도 성남시) 할머니는 2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아왔다. 방 하나에 작은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아파트가 그의 보금자리다.
2남1녀를 뒀지만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전화를 주고받고, 두 달에 한 번 얼굴을 보는 정도다. 재산은 남편이 남긴 은행 예금 2000여만원과 아파트 보증금이 전부다. 월수입은 자녀들이 주는 용돈과 기초연금을 합쳐 50만원 남짓.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아 예금을 헐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50대 때부터 고혈압 약과 관절염 약을 계속 먹고 있다. 그는 “자식들도 밥벌이하고 자기 새끼 기른다고 팍팍하게 사는 걸 아니까 혼자 사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다”면서도 “집에 오도카니 혼자 있다 보면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3명 중 2명은 허 할머니처럼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따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3%(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 현상이 심해진 데 따른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65세 이상인 1만452명을 면접조사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사 대상의 67.5%가 노인만 사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노인 독거 가구는 23%, 노인 부부 가구는 44.5%였다. 20년 전인 1994년에는 45.3%가 독거(13.6%) 또는 노인 부부 가구(31.7%)였다.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비율이 54.7%(1994년)에서 28.4%로 반 토막 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선임연구위원은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점은 우려스럽지만 서구나 일본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1인당 월소득은 79만9400원이었다. 소득 가운데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가장 큰 부분(35%)을 차지했다. 직접 일을 해서 얻는 사업·근로 소득이 27.8%,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이 23.8%였다. 2008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공적이전소득, 사업·근로소득은 늘고 사적이전소득은 줄었다. 한림대 석재은(사회복지학) 교수는 “노후 소득 가운데 공적이전소득 비중이 높아진 건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구 선진국은 연금 소득이 적어도 60%는 되고 보통 80~90%를 차지한다. 자녀에게 부양 의무를 강요하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후 대비 시스템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균 연령은 늘었지만 노인들의 신체·정신 건강 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89.2%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3명 중 한 명꼴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고, 31.5%는 인지 기능이 떨어진 상태였다. 여가 활동은 단조로웠다. TV시청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노인이 82.4%에 달했다. 서울대 최성재(사회복지학) 명예교수는 “많은 이들이 준비 없이 노인이 됐다. 노인이 될 세대를 위한 정책과 별도로 이미 노인이 된 이들을 보듬을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