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불교 전통문화 체험을 통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한류(韓流)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매년 2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런 한류 사업이 이번에는 ‘저출산·고령화 1차 기본계획’(2006~2010년)의 핵심 사업으로 포장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템플스테이(약 600억원)를 포함한 종교시설·캠핑장·전통한옥 등 ‘가족 여가지원 사업’에 4868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21일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실과 공동으로 정부의 1, 2차 기본계획 예산 151조원(1차 42조원, 2차 109조원)을 분석한 결과 템플스테이 사업처럼 저출산·고령화 대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지만 해당 사업으로 바뀐 사업이 상당수였다. 본지와 나 의원실은 보건복지부 등 20개 부처·청에서 사업자료를 입수해 내역을 점검했다.
행정자치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폐쇄회로TV(CCTV) 교체를 위해 5년간 5549억원을 책정한 뒤 2차 저출산 기본계획(2011~2015년)에 넣었다. 행자부와 경찰의 범죄예방사업에 ‘청소년 성범죄 예방’이란 꼬리표를 붙여 저출산 예산화했다.
이런 식으로 ▶복지부·여성가족부의 청소년 흡연·음주 등 유해행태 예방(1434억원, 2차 기본계획) 사업 ▶교육부의 해외우수학생 유치(382억원, 2차 계획) 사업 ▶문체부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체육지도자 양성(1953억원, 1차 계획) 사업 등이 저출산·고령화 대책 사업에 들어가 예산을 따냈다. 나 의원실은 최소 20개 사업, 5조1168억원 이상의 사업이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류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각 부처에서 이미 하고 있던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을 다 모아 저출산 정책이라고 하고 있다”며 “직접 연관성이 없는 정책이 태반이다 보니 ‘이게 무슨 저출산 정책이냐’는 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저출산 대책이 생겨 부처에 사업을 할당하는 게 아니라 부처별로 올린 사업을 다 묶어서 저출산 대책으로 발표하고 있다”며 “출산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저출산 대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는 사업이 다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기본계획을 세우고 지난 10년간 151조원을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출산율은 2007년 1.25명에서 지난해 1.24명으로 제자리걸음이었다.
▶관련 기사
① [단독] 게임중독 예방·치료…‘아동’만 들어가면 저출산 대책 포장
② [단독] 과녁 빗나간 151조…“저출산 정책 잘한 부처에 몰아주자”
저출산·고령화 대책 예산이 151조원이라고 하지만 수십조가 넘는 무상보육·교육 및 일자리 관련 예산이나 연관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빼면 직접적인 출산장려 예산은 10조원도 안 될 것으로 나 의원실은 분석했다.
나 의원은 “저출산 대책 예산에 허수(虛數)가 많다”며 “각 부처가 고유 사업을 다시 포장해 시늉만 낸 기본계획으로는 성과를 내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98조원 규모의 3차 기본계획(2016~2020년)도 저출산과 연관성을 분명히 해 규모를 줄이더라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효식·박유미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