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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해 살고 있다" 위기의 노인들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2017.06.01 11:22👁 34
5월25일 오전 11시, 어렵게 김 할머니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당초 약속된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핸드폰도 없는 탓에 골목길을 수차례 오갔다. 수레를 끌며 폐지를 줍는 어르신 몇 분을 만난 끝에 김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김 할머니는 “바람 때문에 일이 더뎌서 거기(약속 장소)까지 못 갔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바람’이 무슨 뜻인지 몰 - 시사저널 원문보기
외에도 용산구 동자동, 종로구 돈의동, 노원구 중계동 등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이곳에 사는 노인들은 사는 동네는 달랐지만 형편은 비슷했다. 이들은 결혼을 못한 상태에서 가족 없이 홀로 살거나 자식 내외와 떨어져 사는 아픔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쪽방촌 거주 노인 중 다수는 추운 겨울 전기세를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전기장판을 이용하지 않는 등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또 겨울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곳도 상당수였다.
“웰빙만큼 웰다잉도 준비해야”
한때 웰빙(Well-Being)이란 단어가 유행했다면, 최근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답게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웰다잉은 삶의 의미를 찾아 현명한 노후를 보내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성장기의 주역이었던 지금의 노인들에게는 먼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웰다잉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자식 세대의 존경을 받으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강산도 변했다. 그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살 수 있게 됐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다. 가족 수는 점점 줄었고, 부모를 봉양하는 가구도 함께 줄었다. 급기야 외롭게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孤獨死) 사례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으레 이곳 쪽방촌을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곤 노인 정책을 내놨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했다. “치매 노인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 “기초연금을 늘리고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 등 공약들이 나왔다. 실제로 대선을 거칠 때마다 노인 복지정책들은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고 2014년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해 기초연금으로 개편하는 등 노인 복지정책을 잇따라 펼쳤지만 급격한 노령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들이 계속 근로해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이 옳은가의 논란도 있다. 실제로 덴마크의 75세 이상 노년층 고용률은 0%로, 일하는 노인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노인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한국의 일하는 75세 이상 노년층은 17.9%(2015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매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를 조금 낮춘 65세 이상 노년층 고용률은 30.6%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세 명 중 한 명은 노동을 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활발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노년층의 경제상황은 여전히 비극적인 상황인 셈이다.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공적연금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노인들이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복지와 소득 분배 등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불과 20년 사이에 불거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선 기초연금과 주택·농지연금을 활성화하는 게 노인들 소득 보장을 뒷받침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위원장은 “(기초연금처럼) 소득 지원금을 30만원으로 늘린다고 해도 노인들의 생활은 여전히 어렵다”며 “노인 소득보장체계, 노인 건강보장체계, 노인 일자리 등 세 가지로 구성된 노인 복지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년 먼저 고령화 진행된 일본은…
일본의 고령화는 일찌감치 진행됐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6.7%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다. 당연히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노인 문제들이 일본에선 10~20년 전 불거졌고, 그 수준 또한 더욱 심각하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을까.
일본은 고령자 복지시설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국고보조를 폐지했다. 대신 고령자 전용임대주택 제도를 마련해 돌봄까지 함께하는 주택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실버하우징, 우량임대주택, 자립형고령자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고령자 시설을 마련해 고령자 인구의 5% 수준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의 임대주택과 비슷한 공영주택은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부족했고, 대폭적인 공급 확대도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민간임대주택 등의 공가(空家)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쪽방촌과 같은 곳에 머무는 저소득 고령자 등에게 일정한 질이 확보된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돌봄 서비스도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가와사키(川崎)시에선 병상에 누워 지내거나 직접 식사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매일 자택으로 식사를 배송해주고, 사업자가 전달 과정에서 안전을 확인한다. 훗카이도, 나가사키 등 6개 도·현(광역자치단체)에선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령자 자택을 방문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또 장보기지원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공공연금을 중심으로 노후 생활에 대한 준비 또한 착실히 진행돼 왔다. 그 결과 연금소득에 의한 노후준비 정도를 보면, 한국은 34.1%에 불과한 데 비해 일본은 71.9%에 달한다. 일자리 문제는 실버인재센터, 고령자협동조합 등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1995년 일본 미에(三重)현에 최초 설립된 고령자협동조합은 전국 30여 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 노인들이 수행할 수 있는 공원녹화 및 자원재생, 병원 급식이나 청소, 보험 등의 사업을 진행해 노인 일자리를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