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입니다] [제1부-한국인의 출산 보고서] [5]
[웹디자이너였던 경단녀 조영희씨]
딸 아이 놀이·간식 챙기기 매달려 잘 때 겨우 한숨 돌리고 집안일…
다시 일하려 취업문 두드렸지만 "결혼했냐"며 거부당해 큰 충격
"집에서 애 키우며 논다는 말 서운… '82년생 김지영' 마치 내 얘기같아"
"미혼 시절엔 당당했는데…. 대한민국 웹 시장을 이끌어 갈 거라 생각했죠."
1982년생인 조영희(36)씨는 결혼 전만 해도 '잘나가는' 웹디자이너였다. 인정받는 작품도 많았고 업계에서도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좋아 주변에 결혼보다 일이 먼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결혼 전엔 회사 골랐는데…"
하지만 2012년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조씨는 결혼 준비로 잠깐 일을 쉬다 다시 직장을 알아봤지만 딴 세상이 펼쳐졌다. 지원한 회사 면접에서 받은 첫 번째 질문이 "결혼했냐"였다. 그렇다고 답하자 "아이는 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조씨는 자존심을 굽혀가며 "최소 1년은 아이를 낳을 생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서 채용 연락을 받지 못했다. 다음 번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세 번 불합격 통보가 쌓일수록 움츠러든 어깨가 더 처졌다.
조영희씨는 소설‘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처럼 결혼·출산 때문에 경력이 끊겨버린‘경단녀’다. 조씨는“정규직 재취업은 힘들 것 같고 빵집 아르바이트라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조씨는 "결혼 전에는 내가 회사를 골라 다녔는데 큰 충격이었다"며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회사에서 거부당할 수 있다는 걸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씨와 같은 경력 단절 여성은 180만명에 달한다. 일을 그만둔 이유는 결혼(34.5%), 육아(32.1%), 임신·출산(24.9%) 등으로 가정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씨는 "지금은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은 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최근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을 보았는데,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며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씨의 삶은 소설 속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 키우면 논다는 말 서운"

지난달 22일 경기 화성시 자택에 들어섰을 때 조씨는 차갑게 식은 미역국에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만 24개월을 갓 넘긴 딸 서현이가 식사 내내 조씨 곁에 붙어 있었다. 서현이는 "엄마 안아줘"라고 재촉하며 조씨 품을 파고들었다.
조씨의 하루는 서현이가 잠에서 깨는 아침 8~9시에 시작된다. 유아식을 준비하고 입맛 없다고 보채는 서현이를 달래가며 밥을 먹이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1주일에 이틀 정도는 서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에 가서 간단한 요리를 배우고 운동을 한다. 낮에는 서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 상황극, 블록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서현이가 낮잠을 자면 잠깐 한숨 돌리고 집안일을 한다. 오후 4시쯤 서현이가 깨면 간식을 먹이고, 다시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남편은 이르면 오후 7시 30분, 늦으면 오후 9시를 넘겨 퇴근한다. 남편은 저녁 설거지 담당이다. 그 사이 조씨가 아이를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한다. 조씨는 남편이 평소 육아를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도 한 번씩 "오늘 야근하고 왔는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럴 때면 조씨는 "나한텐 하루 24시간이 일"이라고 맞선다. 서운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다가도, 오후 9시 아이 재울 시간이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잠귀가 밝은 아이 눈치를 본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도 감정이 덜 풀리면, 말소리가 날까 봐 카톡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조씨는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에서 아이 키우면 논다는 생각이 서운하다는 거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라도 가면 괜히 '맘충' 소리를 들을까봐 조마조마하다." 맘충은 엄마(mom)와 벌레(蟲)의 합성어로, 아이를 키우면서 진상을 부리는 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그럼에도 조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 성취감과는 다른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루는 조씨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러자 서현이가 다가와 "엄마 울지 마, 내가 있잖아"라고 했다. 조씨는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듣는 순간 힘든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했다. 웹디자이너로서 성취감을 누리는 삶과 엄마로서의 삶. 후자를 택한 조씨는 "지금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두 아이 키우는 佛 워킹맘 루방]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유럽 최고'
1시간 늦게 퇴근하는 '빈틈'에는 月5만원 '돌봄센터' 맡길 수 있어
근로시간과 양육 절묘하게 균형
"아이 키우느라 일 그만두지 않아…돈도 크게 안들어 안심하고 낳죠"
"엄마 이거 학교에서 내가 만든 종이 왕관인데요. 어때요? 괜찮아요?"
초등학교 1학년생 장남 조제프(7)가 막 퇴근한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조제프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마티유(6)도 꼬옥 껴안았다. 지난달 파리 서쪽 교외 도시 낭테르의 단독주택. 1982년생 워킹맘 리자 루방(36·Rouhban)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에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은 찾기 힘들다. 파리 근교 낭테르시에 사는 워킹맘 루방씨는“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손진석 특파원
프랑스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최고 수준(2015년 2.0명)인 보육 천국이다. 루방의 일상을 통해 들여다보니 프랑스 워킹맘의 일과 양육은 균형이 잡혀 있었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근로 문화가 자리 잡았고, 저렴한 보육 시설이 갖춰져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시름 없는 맞벌이 육아

에너지 기업에 다니는 루방과 컨설턴트인 남편 안토니오 다이프(37)의 하루는 7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7시 30분쯤 깨운다. 부부의 역할 분담은 철저하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은 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 가족들은 8시 30분쯤 집을 나서 루방은 바로 라데팡스에 있는 회사로 가고, 다이프는 8시 40분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한다. 둘째 마티유가 다니는 유치원은 첫째 조제프가 다니는 초등학교 안에 있다.
루방은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어 보통의 프랑스 직장인보다 한 시간 늦은 7시에 퇴근한다. 루방은 "퇴근이 늦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데는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두 아들은 오후 3시 45분 학교 일과를 마치지만 곧바로 학교 안에 있는 돌봄센터에서 추가로 돌봐주기 때문이다. 돌봄센터 비용은 아이 한 명당 월 5만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하다.
돌봄센터가 문을 닫는 6시가 되면 루방이 고용한 베이비시터가 두 아들을 집에 데려온다. 시간당 9유로(약 1만1800원)를 받는 베이비시터는 근처에 사는 여대생이다. 루방이 퇴근하기까지 한 시간가량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루방이 퇴근한 이후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집안일을 도와주고 돌아간다. 루방은 "나는 퇴근이 늦어 저녁에 베이비시터를 부르지만 공공 보육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많은 돈을 내고 온종일 봐주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친정이나 시댁 부모가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도 프랑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육아 때문에 커리어 포기하는 여성은 없어"
루방은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루방 부부는 주중에는 바쁘지만 주말 이틀은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루방은 "매년 휴가를 주말 제외하고 40일을 쓸 수 있는 것도 일과 가정을 동시에 끌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원천"이라고 했다. 휴가 40일은 주말을 붙이면 8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1년에 두 달은 휴가를 보내는 셈이다.
루방은 육아휴직을 하지는 않았지만 첫째 조제프를 낳았을 때는 7개월, 둘째 마티유를 낳았을 때는 6개월간 출산휴가를 썼다. 루방은 "출산휴가만 쓰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육아휴직 1~2년은 아무런 부담 없이 쓰고 직장에 복귀한다"고 했다. 급한 일이 생기면 회사에서 추가로 쉴 수 있게 배려한다. 루방은 아이들이 수두에 걸렸을 때 나흘 휴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루방은 프랑스에서도 일을 많이 하는 워킹맘이지만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어렵지 않게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여성을 많이 본다고 했다. 루방은 "하루 4~5시간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도 흔하다"며 "아이 키운다고 일 그만두는 여성은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출산·육아를 해야 하는 25~4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84%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루방은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별로 안 든다는 것도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라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까지 무료 교육이고, 따로 과외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루방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니까 지금까지 큰 어려움이 없다"며 "60세까지 일하는 건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낭테르(프랑스)=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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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였던 경단녀 조영희씨]
딸 아이 놀이·간식 챙기기 매달려 잘 때 겨우 한숨 돌리고 집안일…
다시 일하려 취업문 두드렸지만 "결혼했냐"며 거부당해 큰 충격
"집에서 애 키우며 논다는 말 서운… '82년생 김지영' 마치 내 얘기같아"
"미혼 시절엔 당당했는데…. 대한민국 웹 시장을 이끌어 갈 거라 생각했죠."
1982년생인 조영희(36)씨는 결혼 전만 해도 '잘나가는' 웹디자이너였다. 인정받는 작품도 많았고 업계에서도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좋아 주변에 결혼보다 일이 먼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결혼 전엔 회사 골랐는데…"
하지만 2012년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조씨는 결혼 준비로 잠깐 일을 쉬다 다시 직장을 알아봤지만 딴 세상이 펼쳐졌다. 지원한 회사 면접에서 받은 첫 번째 질문이 "결혼했냐"였다. 그렇다고 답하자 "아이는 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조씨는 자존심을 굽혀가며 "최소 1년은 아이를 낳을 생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서 채용 연락을 받지 못했다. 다음 번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세 번 불합격 통보가 쌓일수록 움츠러든 어깨가 더 처졌다.
조영희씨는 소설‘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처럼 결혼·출산 때문에 경력이 끊겨버린‘경단녀’다. 조씨는“정규직 재취업은 힘들 것 같고 빵집 아르바이트라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조씨는 "결혼 전에는 내가 회사를 골라 다녔는데 큰 충격이었다"며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회사에서 거부당할 수 있다는 걸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씨와 같은 경력 단절 여성은 180만명에 달한다. 일을 그만둔 이유는 결혼(34.5%), 육아(32.1%), 임신·출산(24.9%) 등으로 가정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씨는 "지금은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은 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최근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을 보았는데,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며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씨의 삶은 소설 속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 키우면 논다는 말 서운"

지난달 22일 경기 화성시 자택에 들어섰을 때 조씨는 차갑게 식은 미역국에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만 24개월을 갓 넘긴 딸 서현이가 식사 내내 조씨 곁에 붙어 있었다. 서현이는 "엄마 안아줘"라고 재촉하며 조씨 품을 파고들었다.
조씨의 하루는 서현이가 잠에서 깨는 아침 8~9시에 시작된다. 유아식을 준비하고 입맛 없다고 보채는 서현이를 달래가며 밥을 먹이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1주일에 이틀 정도는 서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에 가서 간단한 요리를 배우고 운동을 한다. 낮에는 서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 상황극, 블록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서현이가 낮잠을 자면 잠깐 한숨 돌리고 집안일을 한다. 오후 4시쯤 서현이가 깨면 간식을 먹이고, 다시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남편은 이르면 오후 7시 30분, 늦으면 오후 9시를 넘겨 퇴근한다. 남편은 저녁 설거지 담당이다. 그 사이 조씨가 아이를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한다. 조씨는 남편이 평소 육아를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도 한 번씩 "오늘 야근하고 왔는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럴 때면 조씨는 "나한텐 하루 24시간이 일"이라고 맞선다. 서운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다가도, 오후 9시 아이 재울 시간이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잠귀가 밝은 아이 눈치를 본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도 감정이 덜 풀리면, 말소리가 날까 봐 카톡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조씨는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에서 아이 키우면 논다는 생각이 서운하다는 거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라도 가면 괜히 '맘충' 소리를 들을까봐 조마조마하다." 맘충은 엄마(mom)와 벌레(蟲)의 합성어로, 아이를 키우면서 진상을 부리는 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그럼에도 조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 성취감과는 다른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루는 조씨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러자 서현이가 다가와 "엄마 울지 마, 내가 있잖아"라고 했다. 조씨는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듣는 순간 힘든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했다. 웹디자이너로서 성취감을 누리는 삶과 엄마로서의 삶. 후자를 택한 조씨는 "지금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두 아이 키우는 佛 워킹맘 루방]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유럽 최고'
1시간 늦게 퇴근하는 '빈틈'에는 月5만원 '돌봄센터' 맡길 수 있어
근로시간과 양육 절묘하게 균형
"아이 키우느라 일 그만두지 않아…돈도 크게 안들어 안심하고 낳죠"
"엄마 이거 학교에서 내가 만든 종이 왕관인데요. 어때요? 괜찮아요?"
초등학교 1학년생 장남 조제프(7)가 막 퇴근한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조제프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마티유(6)도 꼬옥 껴안았다. 지난달 파리 서쪽 교외 도시 낭테르의 단독주택. 1982년생 워킹맘 리자 루방(36·Rouhban)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에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은 찾기 힘들다. 파리 근교 낭테르시에 사는 워킹맘 루방씨는“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손진석 특파원프랑스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최고 수준(2015년 2.0명)인 보육 천국이다. 루방의 일상을 통해 들여다보니 프랑스 워킹맘의 일과 양육은 균형이 잡혀 있었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근로 문화가 자리 잡았고, 저렴한 보육 시설이 갖춰져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시름 없는 맞벌이 육아

에너지 기업에 다니는 루방과 컨설턴트인 남편 안토니오 다이프(37)의 하루는 7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7시 30분쯤 깨운다. 부부의 역할 분담은 철저하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은 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 가족들은 8시 30분쯤 집을 나서 루방은 바로 라데팡스에 있는 회사로 가고, 다이프는 8시 40분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한다. 둘째 마티유가 다니는 유치원은 첫째 조제프가 다니는 초등학교 안에 있다.
루방은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어 보통의 프랑스 직장인보다 한 시간 늦은 7시에 퇴근한다. 루방은 "퇴근이 늦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데는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두 아들은 오후 3시 45분 학교 일과를 마치지만 곧바로 학교 안에 있는 돌봄센터에서 추가로 돌봐주기 때문이다. 돌봄센터 비용은 아이 한 명당 월 5만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하다.
돌봄센터가 문을 닫는 6시가 되면 루방이 고용한 베이비시터가 두 아들을 집에 데려온다. 시간당 9유로(약 1만1800원)를 받는 베이비시터는 근처에 사는 여대생이다. 루방이 퇴근하기까지 한 시간가량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루방이 퇴근한 이후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집안일을 도와주고 돌아간다. 루방은 "나는 퇴근이 늦어 저녁에 베이비시터를 부르지만 공공 보육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많은 돈을 내고 온종일 봐주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친정이나 시댁 부모가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도 프랑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육아 때문에 커리어 포기하는 여성은 없어"
루방은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루방 부부는 주중에는 바쁘지만 주말 이틀은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루방은 "매년 휴가를 주말 제외하고 40일을 쓸 수 있는 것도 일과 가정을 동시에 끌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원천"이라고 했다. 휴가 40일은 주말을 붙이면 8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1년에 두 달은 휴가를 보내는 셈이다.
루방은 육아휴직을 하지는 않았지만 첫째 조제프를 낳았을 때는 7개월, 둘째 마티유를 낳았을 때는 6개월간 출산휴가를 썼다. 루방은 "출산휴가만 쓰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육아휴직 1~2년은 아무런 부담 없이 쓰고 직장에 복귀한다"고 했다. 급한 일이 생기면 회사에서 추가로 쉴 수 있게 배려한다. 루방은 아이들이 수두에 걸렸을 때 나흘 휴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루방은 프랑스에서도 일을 많이 하는 워킹맘이지만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어렵지 않게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여성을 많이 본다고 했다. 루방은 "하루 4~5시간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도 흔하다"며 "아이 키운다고 일 그만두는 여성은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출산·육아를 해야 하는 25~4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84%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루방은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별로 안 든다는 것도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라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까지 무료 교육이고, 따로 과외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루방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니까 지금까지 큰 어려움이 없다"며 "60세까지 일하는 건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낭테르(프랑스)=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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