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장애아동생활시설에서 11년째 일하는 박순영(가명·51) 씨.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 11명을 담당하는 박 씨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노래를 틀어달라거나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그가 노래를 세 번 바꿔주는 사이, 고함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박 씨는 익숙한 듯 우는 아이를 달래고 때린 사람에게 때려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다.
"아이 11명을 키우는 엄마 역할을 한다고 보면 돼요." 몸이 아픈 아이에게 시간 맞춰 약을 먹이며 박 씨가 말했다. 여기에 더해 휠체어에 이들을 옮기고 전반적인 활동을 보조하는 것도
사회복지사의 몫이다.
몸이 불편한 생활자 옆에 사회
복지사는 항시 대기해야 한다. 그만큼 노동시간이 길다. 두 명이서 일주일마다 맞교대로 일하는데, 주간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야간근무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까지다. 누군가 밤에 아프기라도 하면 꼬박 잠도 못 잔다. 연장근무도 많지만 그 대가는 제대로 받지 못한다.
"시간 외 근무를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70~80시간씩, 많을 때는 90~100시간까지 해요. 그런데 2011년부터 임금 책정 방식이 연봉제로 바뀌어서 국가에서 주는 연장수당을 36시간 만큼밖에 인정받지 못합니다. 나머지는 사측이 부담해야 하는데 사측에서 발뺌하죠."
정년, 승진, 임금 차별…"정부도 법인도 발뺌 급급"
박 씨가 일하는 곳은
사회복지계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대형 위탁
법인이다. 그런데 이 시설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일지라도 '법인직'인가 '국고직'인가에 따라서 처우가 다르다. 법인직은 위탁법인이 직접 임금을 내고, 국고직은 국가에서 임금을 지불한다. 박 씨는 "같은 재단 아래서 국고직이 승진이나 급여에서 차별받는 게 서럽다"고 호소했다.
"국고직은 법인직보다 기본급이 한 달에 30만 원, 각종 수당까지 합친 임금은 1년에 360만 원~500만 원 더 낮아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기를 저하시키는 게 문제죠. 사측이 격려금 명세서를 봉투에 밀봉해서 법인직에게만 전달할 때 아주 기분이 나빠요."
사회
복지사 중에서도 사무직이 아닌 보육직은 정년에서도 차별받았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사회복지사 처우 가이드라인'에서 사회복지사의 정년을 60세로 권고했지만, 박 씨가 일하는 법인의 '보육직 사회복지사'의 정년은 55세였다. "국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도 못 지키는" 사규에 분노한 보육직 사회복지사들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권고해도 사측은 내부 규정을 들어서 정년연장이 안 된다고 합니다.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육체노동자이고, 고연령 육체노동자는 생활자를 돌보기 어렵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더니 인권위에서 사측의 정년 규정을 차별이라고 판단했어요.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보육직 전체의 정년을 하향 조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안 된다고 했어요."
'작은 승리' 끝에 결국 55세를 맞은 5명 중에서 12월에 채용된 2명은 지난해 정년이 연장됐다. 그 전에 회사를 그만둔 나머지 3명은 복직할 수 없었다. 정년 연장은 소급 적용이 안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박 씨는 "회사에 차별 문제를 호소해도 묵묵부답이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측이 내부 규정을 들어서 국가 정책을 가로막으면, 정책이 아무리 좋은들 무슨 소용입니까? 회사는 '보건복지부나 노동부에 하소연해도 회사 사규가 우선이라서 어떻게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럴 거면 정책은 왜 만듭니까? 정부든 회사든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우리가 조용히 일만 하기를 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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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재활 훈련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 일부 사회복지법인은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납품하는 돈을 떼어가기도 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
일부 종교법인의 '삥 뜯기'
박 씨가 일하는
사업장은 규모가 큰데다
노동조합이 있어서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국가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세시설에서는 사회복지사나 이용자들을 착취하는 일도 많다. 전체 사회
복지시설 가운데 50인 미만 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66%에 달하고, 사회복지사들의 노조 조직률은 3%에 불과하다.
신현석 공공
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직국장은 "영세 생활시설에서는 직원 인건비나
후원금을 횡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법인이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직원 명부를 정부에 올려서 보조금을 횡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용자 숫자를 조작해서 정부에 보조금을 더 타가기도 합니다. 이용시설도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업체에 납품하는 돈을 조금씩 떼어가기도 하고, 후원물품을 횡령합니다. 사유화된 시설일수록 비리가 일어날 확률도 더 크죠."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사는 "요새는 결격사유가 없어도 지자체가 3~5년마다 위탁법인을 바꾸는 추세"라며 "위탁
심사할 때 법인 전입금을
얼마나 집어넣느냐가 중요한데, 법인은 그 돈을 사회복지사들에게서 충당하기도 한다"고 고발했다. 그는 "한 법인은 위탁을 맡는 조건으로 1년에 4000만 원을 내기로 했는데, 그 돈이 아까우니 시설 직원에게 매달 5~10만 원씩 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종교법인일 경우에는 십일조와 같은 방식으로
헌금을 강요하기도 했다. 신 조직국장은 "종교법인은 '자발적 동의' 형태로 교묘하게 직원 전체 임금의 1/10을 재단전입금으로 충당한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복지사에게 요구하는 '희생과 헌신' 정신과 맞물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종교
행사를 강요하거나 이를 빙자해, 직원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신 조직국장은 "종교법인은 종교 행사에 이용자나 직원을 동원하기도 한다"며 "
복지관 사업이 명확히 아닌데, 종교단체가 해야 할 일을 직원에게 전가하거나, 아니면 9시가
출근 시간인데 8시 반에 직원들을 불러 예배를 보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는 "법인이 바뀌면 사회복지사들이 눈치껏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고발했다.
"일부의 사례지만 관장이 스님이면 법회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인사고과에 반영할 여지가 다분합니다. 종교 법인이 바뀌면 기존 직원들이 다 나가는 분위기고요. 찍히기 전에 알아서 나가서 쟁점이 안 됩니다. 하지만 개별 실무자들은 이러한 일들을 관행적으로 치러왔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간부문 사유화의 폐해, 정부가 감시해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기관마다 다르지만 사회복지시설은 전체 운영비의 50~60%를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운영한다. 나머지 30~40%가 자체
수입이고, 10% 내외가 후원금이나 법인 전입금이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복지시설의 사유화를 경계해야 한다"며 "시설이 대부분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준공공시설인 만큼 정부의 감시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 조직국장은 "공공부문의 관료화 문제도 있지만, 민간부문 사유화의 폐해도 적지 않다"며 "시설 비리나 운영에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시설 종사자의 노동조건도 개선될 여지도 있고, 이용자
서비스도 질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