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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기부문화가 세상을 바꾼다'-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확산 불구 아직 미미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2.01.09 00:00 👁 132
 

이슈진단 '기부문화가 세상을 바꾼다'-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확산 불구 아직 미미[뉴시스아이즈]뉴시스| 기사입력 2012-01-09 09:08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역사 저술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이 1000년이라는 장구한 기간 존속할 수 있었던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서 나왔다고 그의 세계적 베스트 셀러 ‘로마인 이야기’에서 갈파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유럽에서 귀족들이 부와 특권을 향유하는 것만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도덕적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이다. 귀족계급이 사라진 현대에는 사회 지도층이 자신들이 누리는 것만큼 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하는 행위를 뜻한다.

유럽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미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웠다. 카네기, 록펠러 등 대부호들이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비영리 자선사업 재단은 오늘날 미국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이행과 공헌의 상징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록펠러 재단과 카네기 재단은 기아문제 해결은 물론 학문과 문화발전, 신흥국 원조에까지 활동영역이 광대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멀린다는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저개발국가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의 한 사람인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빌 게이츠와 함께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공익재단에 기부하자는 운동인 ‘기빙 플레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엔 블룸버그통신을 만든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의 부자 기업인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버핏은 개인재산 58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0억 달러를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버핏은 “부자들의 돈은 사회에 돌려줘야 할 보관증”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자들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더 많은 혜택과 과다한 몫을 받았기 때문에 원래 있던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에는 5만6000여 개의 자선재단이 있으며, 미국인들의 98%가 기부에 참여한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부문화가 폭넓게 뿌리를 내려 생활화하고 있다. 총 기부액의 77%가 소액기부금이다.

매년 연말이면 구세군 자선냄비와 종소리는 거리의 연말풍경을 연출한다. 경기가 침체해 먹고사는 문제가 팍팍해진 올해에도 자선냄비를 통한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가 매스컴을 장식했다. 지난달 4일에는 거리의 모금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1억1000만원짜리 수표가 나와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90대 노부부가 1억원짜리 수표 2장을 구세군분부 본영을 찾아와 “아무도 모르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전달했다.

전주 노송동에서는 2000년 이후 12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와 5024만2100원을 맡기고 사라졌다.

이러한 익명의 기부자들로 인해 세상살이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나눔으로 서로 감싸며 희망을 잃지 않게 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세청의 세액공제 자료를 근거로 계산한 우리나라의 2008년 기준 총 기부금액은 8조9100억원으로 2001년 4조67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연말소득공제 자료를 통해 파악한 1999년 기부금 총액이 2조9000억원이었으므로 10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GDP 대비 총 기부금액의 규모는 0.8% 정도로 미국의 2.2%에 비해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선진사회복지연구회(회장 이정숙)가 창립2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토론회 ‘누가 어디에 기부하고 자원봉사 하는가?’에서 주제발표를 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강철희 교수가 밝힌 내용이다.

강 교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개인기부금 총액은 0.54%로 미국의 1.67%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았으나 영국 0.73%, 호주 0.65%에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과 기업의 기부금 비율은 60대40이다. 미국이 95대5로 개인 기부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과 비교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일반 시민들의 기부문화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종교별로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순으로 기부참여율과 평균 기부 금액이 높았다. 기부자들은 기부금의 사용 희망 분야를 ‘자선 및 사회복지 분야’ ‘지역사회 발전’ ‘의료분야’ ‘해외구호활동’ ‘교육및 연구활동’ 순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2009년에 실시한 ‘부유층의 기부 관련 연구’ 결과도 발표했는데, 이 조사는 유동자산 규모가 10억원 이상인 부유층 68명을 대상으로 그룹 인터뷰 방식으로 수치를 얻어냈다. 이 가운데는 자산 50억원~1000억원대를 보유한 부자도 포함돼 있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부유층들은 기부의 의미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것이라는 답변(복수 답변 허용)이 63.6%로 가장 많았고, ‘개인의 가치 및 자아 실현’(50%), ‘사회정의 및 사회통합 수단’(39.4%) 순으로 답변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기부를 경험한 이들은 전체의 95.5%로 대부분 기부를 해본 사람이 참여했다. 가장 보편적인 기부처는 자선단체 및 사회복지기관(88.9%), 교육기관(33.3%), 이웃(28.6%), 정치단체(23.8%)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3년 동안 평균 1억1500만원 정도를 기부했으며, 향후 기부를 계속할 의사가 있고,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도 약 10%였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기부행위 의미를 ‘사회적 책임 이행’과 ‘개인의 가치 및 자아실현’ ‘사회정의 및 사회통합 수단’ 순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자들의 기부행위가 일상화하고, 동기 자체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개인들의 기부금액이 국가 전체의 기부금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미국의 경우 전체 기부규모 중 개인이 75%, 재단이 13%,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이 7%를 차지해 개인의 비중이 거의 대다수이다. 개인 기부 중에서 상위 1~5%에 속하는 부유층의 기부금액은 전체 금액에서 35%(상위 1% 부유층)~50%(상위 1~5% 부유층)나 된다. 부자들의 기부금의 비중이 절대적인 수치를 점유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에서는 소득 상위 1~5%의 정확한 자선기금 출연 통계는 없으나, 관계자들은 “아마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자가 적고, 기부금액도 선진국에 비해 낮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돈 많은 거액 기부자는 이건희 정몽구 이종환(삼영기업 회장) 이명박 안철수 등 몇 사람 되지 않으며, 대부분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사재 8000억원을 사회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가 설립한 장학재단 기금 4500억원, 이 회장의 막내 딸 윤형씨가 남긴 재산 3500억원을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진전 상황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 4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회공헌연구실’을 만들어 실현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사건에서 특별사면되면서 7년 동안 사재 84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8월 순수 개인기부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5000억원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기탁했다. 저소득층 자녀 8만 명에게 사회적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데 사용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정몽준 의원도 지난해 8월 범현대가 오너들과 함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는데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가 불거지자 재산의 사회환원을 발표하고, 취임 2년차인 2009년 8월에 331억원을 출연해 자신의 호를 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10월15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당시는 1500억원 상당, 현재는 2500억 원대)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재벌가와 대선주자급 지도층의 기부행위는 우리사회에 기부문화 확산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산으로 빈민을 구제하고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자립기반을 지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소액기부문화가 확산되어야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기부참여율을 높이고, 공동체 의식의 제고, 사회통합이라는 목표가 실현된다”고 말한다.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기부문화는 상류층, 사회지도층의 거액 출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기부 참여가 확산되어야 한다. 지금도 액수는 많지 않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낸 소액 기부금액이 모여 수 조원의 큰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부참여율이 늘어야 함에도 2007년 68.6%였던 개인 기부 참여율이 2009년엔 55%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민 2명 중 1명이 기부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70~80%대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개인들이 참여하는 풀뿌리 기부가 확산돼야 따뜻한 사회, 함께 사는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다.

leed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0호(1월1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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