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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분배 논쟁 중심에 119조2항… ‘경제민주화’의 가치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2.05.11 00:00 👁 141
보수·진보 사이의 복지·친서민 논란은 곧 헌법 119조2항을 둘러싼 논쟁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당내 보수파를 향해 “친서민 정책은 좌클릭이나 포퓰리즘이 아니라 헌법 119조2항 정신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위’가 출범할 때 “우리는 보석 같지만 묻혀 있던 헌법 119조를 실현하고자 나섰다”고 말했다. 보수·중도·진보로 나뉜 정치·학계·시민사회의 화두로 경제민주화가 부상한 것이다.


헌법수호자상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영내에 있는 조각상 ‘헌법의 수호자’. 작가 최의순이 1992년에 만든 조각상의 얼굴은 전형적인 한국인 선비상이다. 고개를 든 모습은 빛과 이상을 추구하고 손에 든 법전과 저울은 진리와 평등을, 투박한 법복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자세를 상징한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10일 민주당 헌법 119조 특위가 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연 ‘헌법 119조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의미’ 토론회에서도 재벌개혁,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경제 민주화가 집중 거론됐다. 아주대 오동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헌법 119조항이 이제라도 관심 대상이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헌법 규범으로부터 벗어난 경제 현실을 헌법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11일 “영국(폭동) 사례를 벤치마킹해 대기업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존립의 큰 과제”라며 경제주체 간 상생 문제를 국가 위기의 본질로 짚은 헌법적 출발선도 119조인 셈이다.

1987년 9차 개헌 때 만들어진 헌법 119조1항은 시장경제의 원칙, 2항은 국가 규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질서에 대한 포괄적 규정이다. 1·2항을 종합해서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로 보는 게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시장’이 중점인 1항을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이 제기하고, ‘규제와 조정’의 2항을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주장했다. 당시 ‘시장’은 관치경제를 치유하는 혁신적 주장이었다. 지금 보수·진보의 입장과는 뒤바뀐 모습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 조항은 사회정의 조항을 앞세우고 경제 자유는 뒤로 배치한 제헌헌법 84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제 정치권과 시민사회, 정부 일각에서 쟁점화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과 친서민 정책은 헌법 119조2항을 현실로 옮겨담고 있다. 2항에 명문화된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 남용 방지’ ‘경제민주화’ ‘규제’라는 단어들이 품고 있는 가치인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담론을 지배하는 시장지상주의자들이 배척하거나 거리를 두는 내용이다. 119조를 둘러싼 부단한 논쟁은 일종의 ‘숙명’이다. 119조는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전선인 것이다.


119조1항과 2항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대표적이다. 보수파는 ‘1항 원칙·2항 예외’론을 펴고 있다. 즉 2항은 보충적·예외적으로만 허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가 규제를 최소화하려는 보수파의 입장이 반영된 해석이다. 반면 진보파는 1항과 2항이 보완적인 대칭성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보수파는 2항의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편이다. 보수 성향의 민경국 교수(강원대 경제학)는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지난해 펴낸 개헌백서에서 “헌법에 간섭조항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 헌법은 사회주의 국가군에 가깝다”며 2항의 삭제를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전성인 교수(홍익대 경제학)는 “119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상당 부분 근거가 없거나 특정한 거대 경제 세력의 이해관계에 근거를 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항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을 지목한 것이다.

다만 2항을 폐지해도 국가 개입은 할 수 있다는 ‘119조 폐지 가능론’이 진보 진영에서도 섞이고 있다. 공공복리를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 가능토록 한 헌법 37조2항과 재산권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규정한 23조2항 등 국가개입 근거가 헌법 전반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복지확대 문제를 놓고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헌법 119조의 존재감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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