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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복지국가 운명 가른 '현금 복지'와 '서비스 복지'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2.12.06 00:00 👁 149

남유럽은 달콤한 현금 풀다가 경제위기 첫 번째 희생양 전락
서비스 통해 일자리 만든 北歐 건실한 성장 속 불평등 완화돼
사회서비스 중심 복지 전략은 위기 극복 넘어 성장에 이바지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짙어만 간다. 상대적으로 잘 버텼던 한국도 내년에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경기부양책이 새로운 대선 공약으로 논의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텐데, 단기적 사탕발림이 근본적 회생책(回生策)을 밀어낼까 걱정이다. 토목과 건설로 급한 불을 끄기에는 4대강과 뉴타운의 앙금이 찜찜하고, 가계 부채 경감만으로 민심을 달래기에는 2%가 부족하다. 필요한 내수 진작을 어떤 정책으로 이뤄낼 것인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지금 '사회서비스국가론'에 주목하면 일석이조의 실마리가 보인다.

케인스의 '유효수요론'에 기대어 20세기 경제 위기의 고비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뉴딜'과 같은 경기부양책이었다. 뉴딜에서 토목과 건설을 빼면 사회보장이 남는다. 사회보장이 경기부양의 성공적인 구원투수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소득 보장'과 '사회서비스 보장'이라는 두 종류의 구원투수 중에서 소득 보장이라는 에이스만 기용한 경우 근로 동기 침해와 복지 남용이라는 부작용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시즌 전체를 승리하려면 에이스의 어깨를 아껴주는 것이 용인술의 ABC인데, 인기 높은 소득 보장만으로 경기를 치른 경우는 패자로 전락하였다.

경제 위기의 근원 처방으로서 모든 복지 전략이 유효한 것이 아니라면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통해 어떤 복지를 얘기하고 있는지 잘 살펴야 민생이 바로 선다. 위기 극복을 넘어 성장에도 이바지하는 것이 사회서비스 중심의 복지 전략이라는데, 누구의 어떤 전략이 성공을 향하고 있을지 고심해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21세기 한국형 복지 전략은 고용 친화적인 사회서비스국가론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동화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노동집약적 공장이 후발국으로 이전하는 지금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서민이 한둘이 아니다. 겨우 찾은 일자리마저 비정규직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복지국가의 혜택마저 정규직이 독식중(獨食中)이다. 자조(自助)와 자립(自立)의 가치가 공염불이 되어 버린 지금 일자리를 늘릴 책임은 공공이 져야 한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사회 안전망의 혜택을 함께 누려야 공정한 사회이다. 당장에라도 일자리를 보장해야 민생을 챙길 수 있다면 현금보다는 서비스로 복지를 늘려야 일자리가 보장된다. 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 창출 효과가 확실히 높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명운(命運)이 갈린 복지국가들을 비교해보면 사회서비스 일자리 전략의 우월성이 두드러진다. 북유럽의 성공과 남유럽의 실패는 서비스성 복지 전략과 현금성 복지 전략의 차이에 다름 아니다. 같은 돈을 복지에 쓸 경우 현금 대비 사회서비스 지출이 높은 나라에서의 경제적 성과가 두드러진다. 높은 고용률과 견실한 성장률, 건전한 재정과 완화된 불평등이 사회서비스 전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북유럽형 복지 전략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힘을 기울여왔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통해 사회보험에 편입된 서민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쥘 수 있었다. 달콤하고 인기 높은 현금 복지에만 치중하면서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한 남유럽의 경우 저임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였다. 사회 안전망마저 승자의 전유물인 이들 나라의 서민은 경제 위기의 첫 번째 희생양으로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물론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이라도 세세한 부분에서의 정책적 고려를 잊지 말아야 성공으로 이어진다. 맞벌이 우선으로 보육을 지원해야 일자리와 복지의 선순환이 가능해지고, 저출산을 넘어 여성 고용을 높여야 성장 동력이 확보된다. 몇 푼의 기초노령연금만으로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활동하고 싶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드려야 노년의 행복감이 늘어날 것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청년 표 모으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회 공헌과 장학금을 연동시키거나 사회적 기업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의 영혼을 깨우는 데도 힘써야 한다. 사회서비스를 늘리고 일자리를 챙기더라도 재정을 생각하며 수준과 속도에서 형편을 살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두 번째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리더십에서 시작해야 한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에 공약의 이름으로 '통 큰 현금 복지'가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치자. 그러나 표를 위한 한바탕 굿판이 끝난 이후에도 성공한 지도자로 남고자 한다면 한국형 복지 전략을 위한 대타협의 여지만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05/2012120500946.html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05/20121205009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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