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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의 '복지국가 정치', 물러서면 안돼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3.03.06 22:36 👁 138

시장의 자유만 너무 강조된 한국, 복지 비중 OECD 평균 절반 안돼
양극화 심하면 안정적 성장 못해… 맞춤형 복지 공약 내건 새 정부
재원 대책 부실하고 의지 불확실, 소통·설득의 복지국가 정치 필요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보건 의료 및 복지국가론

보수 우파는 시장의 자유와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반면 진보 좌파는 시장 개입과 정부의 경제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지난 100년에 걸쳐 좌·우 정당들이 자기들의 정치 이념과 시대정신을 실현하고자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의 수권(受權) 정당을 중심으로 합의제 민주주의를 운영해왔다. 그래서 이런 복지국가에서는 시장과 국가, 자유와 평등 간의 균형이 비교적 잘 유지되면서 경제와 복지가 함께 발전해왔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유럽식 복지국가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여당을 진보 정당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당시 여당의 주류는 시장의 자유를 강조한 중도 보수 자유주의 정치 세력이었다. 다만 복지 확충에서 보수 정당보다 좀 더 온정적이었을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지난 15년 동안 시장의 자유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정부의 역할은 작아져서 경제사회적 균형추가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쳤다.

그 결과로 경제·산업과 노동시장은 양극화되었으며, 사각지대가 넓은 사회보험은 실질적 보편주의와 동떨어지고 사후적 성격의 선별적 복지만 확충되었다. OECD에 따르면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국민 부담률은 2011년 현재 우리나라가 25.9%로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하위 5위를 기록하였고 OECD 평균인 34.0%보다 8.1%나 낮았다. 덴마크(48.1%) 스웨덴(44.5%) 프랑스(44.2%) 벨기에(44.0%) 등 복지국가 대부분은 국민 부담률 40%를 넘겼다. 우리나라의 낮은 국민 부담률은 작은 정부 재정과 적은 복지 지출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복지 지출 비중이 GDP의 9.3%로 주요 선진국의 27~32%나 OECD 평균인 21.7%보다 크게 낮은 복지 후진국이다. 당연히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미국과 더불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양극화가 심각한 복지 후진국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경우는 없다. 성장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3년 동안 양극화와 민생 불안을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국민적 기대와 열망이 여야 정당의 좌(左)클릭 정치를 통해 상당 부분 수용되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모습을 놓고 치열하게 정책 대결을 벌였고, 박근혜 후보의 중도 보수 복지국가 모델인 '한국형 복지국가'가 승리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목표를 발표했다. 그 첫째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 경제이고, 둘째는 맞춤형 복지다. 여기서 창조 경제와 맞춤형 복지는 고용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 이는 대선 공약의 후퇴 논란에도 중도 보수 복지국가의 정책 기조는 유지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경제와 복지를 갈등 관계로 파악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오류를 극복했다. 복지국가가 사람 중심의 보편적·적극적 사회 투자를 수행하고, 이러한 복지 투자가 고용의 확충과 창조 경제로 이어지는 선(善)순환 구조를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목표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재원 마련 대책이 부실하다. 경제 민주화와 맞춤형 복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 한국형 복지국가 추진에는 박 대통령이 공약한 연간 27조원보다 훨씬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인데도 '증세(增稅) 없는 재원 마련'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둘째, 복지국가 정치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와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연이은 인사 실패로 드러난 불통(不通)의 정치와 일방적 통치는 복지국가를 위한 합의 정치와는 상극이다. 이는 낮은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으며 많은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형 복지국가는 중도 보수 정치 세력의 복지국가 비전으로 손색이 없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만능주의의 강경 보수였던 여당을 한국형 복지국가를 떠받치는 건강한 중도 보수 정당으로 재편하는 일은 복지국가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중도 진보의 복지국가 정당으로 자리 잡아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식 합의제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현재 야당은 복지국가 증세에 찬성하고, 진보적 유권자도 대체로 동의한다. 범야권과 소통하고 증세에 부정적인 여당과 보수적 유권자를 설득하여 복지국가 공약을 실현하려는 박 대통령의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하다. 양극화 해소와 안정적 경제성장은 복지국가 증세와 합의 정치 없인 불가능하다. 만약 여기서 실패하면 5년 후에는 국내외적 조건의 변화로 복지국가 건설이 더 어려워질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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