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0%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건보 보장률 8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0만 원의 병원비가 나오면 국가에서 63만 원을 지원해 주지만,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돈도 37만 원이나 된다. 역대 정부는 건보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와 약제 수를 꾸준히 늘려 왔지만 결과는 후퇴에 가깝다. 2006년 64.5%였던 건보 보장률은 부침을 반복하며 2011년 63.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 일러스트=송재우 기자 jaewoo@
박근혜정부는 이런 낮은 건보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보 보장성을 강화키로 했다. 2017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만 약 9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며, 이들 질환에 대한 보장률은 현 75%에서 83%까지 올라가게 된다.
◆보장성 강화, 인구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다. 국가가 국민의 의료비 지원 수준을 높이는 것은 옳은 방향이나 그만큼 재원이 필요하고, 그 재원은 결국 건강보험료와 세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꼭 정부 예산 투입을 통한 보장성 강화가 아니더라도 의료 서비스에 들어가는 돈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당뇨병 등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에서 나간 총 진료비는 47조8392억 원에 달했다. 5년 전인 2007년(32조3892억 원)에 비해 15조 원가량 증가한 수준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8.1%에 육박한다.
특히 노인 인구(65세 이상)의 진료비 증가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2007년 9조1189억 원(전체 건보 진료비의 28.2%) 수준이었던 노인층 진료비는 지난해 16조4502억 원(34.4%)까지 늘어났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인데, 이들이 쓰는 진료비는 전체의 3분의 1이다. 앞으로 9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인구 그룹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노년층에 편입되면 건보 진료비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노인층 진료비가 2020년 전체의 46%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 건보 지출, 현 전체 의료비의 2.5배=건보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낸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입·지출 구조 변화와 대응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건보 재정적자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다. 건보정책연구원은 인구 감소와 고령층의 건강 상태를 두 축으로 향후 건보 재정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이 중 인구 감소로 건보 피부양률(건보 가입자 대비 피부양자 비율)이 증가하고 고령층의 건강 상태가 현재대로 유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건보 진료비 지출은 2030년 120조8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건보 진료비의 2.5배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지출은 이어 2040년 179조4100억 원, 2050년 230조6600억 원, 2060년 263조2700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수입은 지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 건보료 부과체계를 유지하면 2030년 92조8600억 원, 2040년 114조8400억 원, 2050년 128조4800억 원, 2060년 131조2700억 원 정도다.
이에 따라 건보 재정적자는 2030년 27조9600억 원, 2040년 64조5600억 원, 2050년 102조1800억 원, 2060년 132조 원으로 각각 늘 것으로 추산된다. 가령 2060년의 경우 건보 적용 인구(추계치)가 4207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연 314만 원의 건보료를 추가 부담해야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준이다. 가장 좋은 조건의 시나리오대로 계산해도 건보 적자는 2030년 16조1900억 원, 2040년 39조200억 원, 2050년 59조3100억 원, 2060년 70조3800억 원이다. 현재 건보 재정은 총 4조5757억 원 규모의 누적 적립금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2015년부터 적자 상태로 전환돼 재정 악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진료비…부담 분산 시급=이렇듯 급증하는 건보 진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부담 분산이 필수다. 현재처럼 일부 소득과 인원에게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과도한 부담 가중은 물론, 건보 재정적자를 가속화한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정작 돈을 낼 사람들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0)에 따르면 주요 건보료 납입계층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2015년 전체 인구 73.0%에서 2060년 49.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선해 기존 가입자 외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가입자 중에서도 건보료 추가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건보료 부담을 분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소득이 있음에도 직장가입자에게 얹혀 건보료를 내지 않고 있는 피부양자와 근로 외 금융 등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은 "각 개인의 소득에 맞게 건보료를 내는 방식으로 부과체계를 개선하면 부담은 분산되고, 향후 건보 재정적자를 해결해야 할 때도 형평성 논란이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