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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누구에게 맡기나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3.08.01 00:43 👁 121
국민연금은 힘이 세다.

그래서 국내외 시장에서 회자되는 에피소드도 많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세계 금융 중심지 미국 뉴욕에 모습을 보이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히려 왜소해 진다는 게 정설이다. 대통령이 가는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콧대 높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면담 스케줄을 잡는다고 한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자산운용부문 한국 철수 결정을 내렸을 때 '넘버 2'를 한국에 보내 국민연금에 양해를 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돈'의 힘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은 405조9000억원. 일본, 노르웨이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3위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자본시장의 '슈퍼갑'이다.

화려한 외양과 달리 국민연금의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다. '국민'이라는 접두어가 들어간 것에 걸맞게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열망이다.

하지만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44년부터, 국회는 2041년부터 기금이 줄고 이르면 2053년부터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개시 연령 등을 조정하는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주인 없는 돈'으로 인식하면서 '잿밥'에만 맘을 주고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400조원이 넘는 돈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서로 갖겠다고 아우성 치는 사태가 벌어질 조짐이다. 대표적인 게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 논란이다. 현재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정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 전문가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정부안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설기금운용위원회를 두고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따로 설립하겠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 자문기관인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마련 중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설립 여부는 정부안에 대한 국회 승인 여부에 달렸지만 별도 법인 설립이 '관치' 강화라는 비판도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비대해지고 수익률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 국민연금을 A, B, C 등의 형태로 나눠 수익률을 공시하고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정부는 영향력 축소를 우려, 이 방안을 선택하지 않고 공사 설립에 방점을 찍는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국민연금을 여러 펀드로 분할해 경쟁시키고 있다. 시장 리스크가 큰 국민연금의 시장지배력 축소, 연금가치 극대화라는 '두 토끼' 잡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 유관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연금자산을 자본시장 쪽으로 끌어오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한 연금을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동원해 보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최종 관리책임을 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재정부처 몫이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재정과 복지기금 분리를 강력히 권고, 재정에서 분리됐다.

국민연금을 국가재정처럼 운용할 수는 없다. 국민보다 정부의 명분이나 필요를 우선시해서도 안 된다.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 지배구조의 정치적 중립성의 확실한 보장이 그나마 국민연금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단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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