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든 의료현장에 메스 대자 ③ ◆
뇌경색 환자인 70대 어머니를 두고 있는 박지환 씨(42). 어머니가 고지혈증과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도 앓고 있던 터라 올해 2월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경기도에 있는 A요양병원을 찾았다. 장기 재활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입원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요양병원에서 취급하는 약이 대형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가격이 싼 복제약(제네릭)이었다. 전에 복용했던 오리지널약으로 처방해달라고 요구하자 요양병원 측은 힘들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서울의 B요양병원에서 근무하던 이신영 의사(38ㆍ가명)는 최근 병원을 떠났다. 병원장이 수시로 의사들을 불러 "병원이 어렵다"며 비용 절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비 절감 얘기를 들으면 진료에 필요한 혈액 검사, 노인 환자를 위한 수액 처방 등을 하는 데도 주저하게 된다"며 "병원장의 요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병원은 수익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노인 인구 증가로 요양병원을 비롯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의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60대 이상 노인층은 어느 세대보다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보살피는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품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요양병원은 지나칠 정도로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서 환자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익 좇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나 진료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일쑤다. 양심적인 봉직의(월급의사) 역시 고용주인 병원 측의 고압적인 태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진료'만 한다. 결국 환자가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보는 형국인 셈이다.
요양병원도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경영여건 악화'라는 대외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의료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였다. 즉 병원에서 검사와 진료를 더 많이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수요가 저절로 따라왔다. 하지만 병원과 의사 수가 많아지고 시장이 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요양병원도 수익에 집착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요양병원 의사는 "요양병원은 법적으로 정액수가제를 따르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액수가는 건보공단이 환자 1명당 요양병원에 일률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건보공단에서 받는 금액이 정해져 있으므로 병원은 진료나 검사를 덜 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즉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되도록이면 검사를 줄이고, 싼 약을 처방하며, 검증이 되지 않은 값싼 중국산 의료 도구를 쓰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컨대 환자가 간염이 의심되더라도 현재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면 혈액검사를 하지 않는 식이다. 정밀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외주기관에 의뢰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5만원)을 아끼기 위해서다.
요양병원이 환자는 뒷전으로 하고 수익에 급급하는 행태는 건보공단에 청구한 급여비용을 살펴보더라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이 청구한 부당급여 규모는 2009년 43억원에서 2011년 423억원으로 9.7배 급증했다. 최근 3년간 적발 건수 역시 6만1542건에서 17만3078건으로 2.8배 늘었다.
↑ 일부 요양병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수익 좇기에 나서면서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를 낳고 있다. 서울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80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매경 DB>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례는 더 있다. 요양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퇴원 권유를 하지 않는다. 환자 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이 매달 환자 1명당 요양병원에 지급하는 정액진료비는 대략 130만~2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건보가 본인부담상한제로 요양병원에 추가 지급한 진료비는 2738억원에 이른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현재 요양병원은 과도기적 부작용을 앓고 있다. 부적절한 노인 유치 경쟁이나 허위 부당급여 청구가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