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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C 2.0 시대]③ 일본 현지 르포 '노인 위한 나라는 있었다'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3.11.08 11:42 👁 121
 
"이 시설에는 노인 142명이 있다. 직원은 97명인데 더 필요하다. 질 높은 장기요양서비스(LTC)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 손이 끝없이 필요하다."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소재 도쿄다마시고령자복지센터 특별노인요양홈. 후지오 마코토(57) 센터장이 침상에 누워 있는 한 노인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기자에게 말했다. 노인의 이름은 하루(남·89). 그는 치매와 당뇨로 몸이 불편하다. 침대 옆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야구팀 선수, 연예인, 가족, 친구 사진이 잔뜩 붙어 있다. 하루는 70년째 자이언츠 팀 광팬이다. 30대의 요양사는 노인과 함께 일본 고전가요를 흥얼거렸다. 그는 하얀 이를 연신 내보이며 즐거워했다.

↑ 일본 동경도 소재 ‘다마시 고령자복지센터 특별노인요양홈’에서 생활중인 하루(남·89)의 방. 그는 치매와 당뇨로 거동이 어렵다. /도쿄(일본)=송병우 기자
↑ 노인요양홈 4층. 요양사들이 노인과 대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한 청소 직원은 걸레질을 하다 노인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도쿄(일본)=송병우 기자
↑ 쿠와 바타 ‘사쿠라노사또 카라키다 요양원’ 실장이 1층 식당 입구에서 식단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일본)=송병우 기자
◆ 요양소 직원 "와상(臥牀) 환자도 완벽하게 씻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

특별노인요양홈은 지하 3층 지상 7층으로 이뤄졌다. 도쿄도는 지난 1998년 이 시설을 세웠다. 돌보는 노인의 평균 연령은 88.9세. 이처럼 공적 부조가 들어간 장기요양시설은 일본 전국에 6334개, 도쿄에만 351개 있다. 입소 대기중인 고령자수는 40만명에 이른다. 특별노인홈의 비용은 월 6만엔(약 66만원). 후지오 센터장은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생성이 전담하던 고령자 장기요양시설을 최근에는 국토교통성도 함께 관리·운영한다"고 말했다.

요양홈은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본다. 식사·독서·산책·목욕·쇼핑·세탁까지 전문 요양사가 일정을 짜고 간병 대상자와 면담을 통해 결정한다. 이들은 '케어 플래너(Care palnner)'라고 불린다. 요양사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이나 간호학을 전공한다. 4년 이상 전문 교육을 받아야 정식 요양사가 될 수 있다. 자격시험 통과가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윤문구 도쿄복지대학 교수는 "한국에서는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이 케어 매니저를 선발하고 케어 플랜을 세우다보니 요양사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자격증은 얻기 어려울수록 가치가 있다. 숫자만 많다고 요양 서비스 질이 나아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쿠라쿠소 노인요양홈의 사이토 마코토 과장은 건물 5층 목욕 구역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방마다 욕실이 딸려 있지만 목욕 구역은 특별했다. 노인이 대중목욕탕에 온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꾸몄다. 그 옆에는 대형 욕조가 5개 있다. 욕조 가격은 개당 1100만엔(약 1억2100만원). 앉아 있기 힘든 와상 환자를 위한 제품이다. 사이토 과장은 "정부가 시설 내 노인의 목욕 횟수와 기저귀 관리까지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시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임의로 직원을 줄이거나 질 낮은 제품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와상 노인을 완벽하게 씻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몸이 불편한 노인이 목욕 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노인 위해 언어, 태도, 표정까지 배려

오후 3시가 되자 직원 대다수가 바빠졌다. 일부는 1층 사무실에 들어가 상담전화를 받거나 요양 노인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1층 복도 곳곳에서 직원들이 무릎 끓은 채 휠체어탄 노인과 대화중이었다. 4층에서는 직원들이 노인 옆에 앉아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은 대걸레를 들고 청소하다가 노인을 보자 손에서 청소도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동네 주민이 만나 서로 인사하는 모양새다.

한 남성 노인이 5층 쇼파에 누워 고성을 질렀다. 11년 경력의 여성 요양사 에비코(42)가 달려갔다. 아기 다루듯 달래주며 손수건으로 노인 입 주변을 닦아줬다. 에비코씨는 "치매 노인을 돌볼 때는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며 "치매 노인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식사나 용변 등 가벼운 요구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지오 센터장은 "학문으로 복지를 공부해도 현실에서 그대로 활용하기 쉽지 않다"며 "노인을 대하는 태도, 언어, 표정까지 엄격하게 교육·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06년 '노인학대방지법안'을 시행했다. 일본 장기요양기관은 대부분 시설 운영비로 직원에게 별도 교육을 실시한다. LTC의 서비스 질은 시설뿐 아니라 직원 수준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5년 경력의 요양사 교육 담당자인 이토 미오(38) 도쿄도건강장수연구센터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요양사 교육열이 매우 높다. 요양사 대부분이 연봉보다 사명감으로 직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 GPS 탑재 목걸이 지급…실시간 위치 파악하며 간병·관리

타마시 특별노인요양홈에서 차로 15분을 달리자 사쿠라노사또 카라키다 요양원이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는 노인 103명과 직원 48명이 생활한다. 요양원 내 식당 벽에는 여러 음식 사진이 붙어 있다. 쿠와바타 아이코 실장(31)은 "매 끼니는 기본적으로 4종류로 만들어 제공한다. 이틀 전에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미리 예약하면 준비한다"며 "이가 없는 노인을 위해 밥과 죽, 반찬을 다르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주방 앞에 놓인 개인 식기에는 이름과 건강 상태, 식사량, 예약 식단이 적힌 알림표가 있었다.

시설은 5층 건물이다. 1층 엘리베이터에 옆 'KIDS ROOM(키즈룸)'이라고 적힌 방이 시선을 끌었다. 이곳은 영유아용 장난감과 책, 기구로 가득 차 있었다. 쿠와바타 실장은 "업무 특성상 직원이 요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직원이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전했다.

노인마다 같은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다. 단순한 이름표가 아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탑재한 통신 기구다. 직원은 실시간으로 담당 노인의 위치를 파악한다. 노인은 가족과 외출할 때도 몸에 장치를 휴대한다. 호치 유코 통신담당(계장)은 "이틀 전 동생과 함께 산책 나갔던 여든의 노인이 낙상 사고를 당했다. 동생이 버튼을 눌러 중앙정보통제실로 연락했고 직원이 바로 출동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자활 프로그램은 케어 매니저가 대상자와 1:1로 논의해 만든다. 헬퍼라 불리는 전문가는 대상자와 함께 목욕·쇼핑·세탁한 후 케어 매니저에게 보고서를 제출한다. 외부 NPO(비영리단체)는 한 달에 한번 노인들과 연주회, 녹차 파티, 서예 실습 등을 진행한다.

요양 전문가들은 일본의 간병·요양 등 LTC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로 전문인력 및 관리 체계를 꼽았다. 이토 미오 연구원은 "전문 요양사는 노인을 돌보면서 자활을 위해 적당한 운동과 학습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리우치 유코 시니어라이프디자인 대표는 "사쿠라노사또 카라키다를 비롯해 일본의 주요 요양시설은 사업자 등록 당시 정부에 제시했던 케어 프로그램을 정확하게 이행한다"며 "매년 조사원이 시설을 방문해 실사한다. 사업자가 지적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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