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4년 남은 지자체 공무원 김 모 씨(56)는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정부에서 곧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이 20%는 깎일 것이라는 소문도 횡행한다. 최근 출범한 2기 경제팀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정부는 연내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공무원들은 연금 수령액은 낮아지고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에서 주요 과제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내세운 이유는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공무원·군인연금에 투입된 혈세만 최근 5년간 14조원에 달한다. 설상가상 해마다 부담액이 증가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절실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매 정권마다 거론됐다 다시 수그러들곤 했던 오랜 숙제다.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저항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이를 뚫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 내고 덜 받아야'국민 목소리 커져박근혜정부 임기내 들어가는 세금만 22조원 당장 안고치면 재정 부담은 물론 사회 갈등도"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 담긴 내용이다. 재정 안정을 위해 공공 부문 개혁이 필요하고 그 대상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을 꼽았다. 이유는 적자 구조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해마다 2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 만성적인 적자로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연금은 '비정상적으로 적게 내고 후하게 주는' 식으로 짜여 매년 국민 세금으로 적자분을 충당하면서도 수급자는 국민연금보다 2배 이상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신창이 공무원연금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국가 재정에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정부도 올해 안에 연금 개혁에 대한 안을 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은 상태다.
늘어나는 재정부담올해부터 10년간 적자 53조원
공무원연금은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당장 국민 혈세가 투입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하는 적자가 가장 큰 문제다. 2001년 적립금 고갈이 시작되면서 지급 부족분을 계속 세금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 포함)은 현 정부 임기(2013~2017년) 안에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돈이 22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이 돈을 전액 세금으로 채워 넣다 보니, 올해 국민 1인당 28만원의 세금이 공무원과 군인에게 연금을 주는 데 사용되는 셈이다. 더구나 고령화로 인해 연금을 받는 공무원 숫자가 많아지고 수령 기간이 길어지면서 적자 규모가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선 공무원연금 수령자가 지난해 34만명에서 오는 2017년에는 43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공무원연금 재정 전망을 보면 현재 제도를 그대로 두면 연금 수입은 올해 7조7862억원에서 2023년 9조1921억원으로 연평균 1.9%씩 늘어난다. 같은 기간 지출은 10조2716억원(계획)에서 17조7722억원으로 6.3%씩 증가한다. 따라서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적자, 이른바 보전금은 올해 2조4854억원에서 2023년 8조5801억원으로 연평균 14.8%씩 빠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10년간 메워야 하는 공무원연금 누적 적자는 53조2969억원에 이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금 보전액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기금 운용 실적이라도 좋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박스 기사 참조). 결국 연금 지출 증가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올해부터 연금 적자가 2조원 이상으로 급증해 국가와 지자체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연금보험료 1억원을 냈을 때 국민연금 가입자는 노후 1억3000만~1억8000만원을 받지만,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2억3000만원을 받는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별도의 퇴직금이 없고 보험료율(잠깐용어 참조)이 높다"는 주장을 펴지만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공무원연금을 계속 끌고 가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 올 것이다. 문제는 내는 돈보다 너무 많이 받아 가는 것인 만큼 안정화 조치를 시급하게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무원연금 기금의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연금구조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개혁 왜 안 되나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나 세금 보전 문제로 보나 공무원연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역대 정부도 늘 특수직역연금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리더십 부재와 공무원 사회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히며 번번이 용두사미로 그쳐왔다.
최초의 공무원연금은 '저(低)부담 고(高)급여' 형태였다. 1960년대 열악한 경제 사정 때문에 공무원 급여는 민간 기업에 비해 훨씬 낮았다. 정부는 국가 재정이 빈곤해 공무원 임금을 인상해주지 못하는 대신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시행했다. 그렇게 30여년이 흐르고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재정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1993년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했다. 1995년 연금 수급 연령을 정하고 비용부담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1차 개혁이 이뤄졌다. 잠시 효과를 보는가 했던 공무원연금 재정은 일시적으로 흑자를 유지했으나, 1997년 말 외환위기와 함께 공공 부문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기금 고갈 상황에 부닥쳤고 결국 2000년 들어 두 번째 개혁을 단행한다. 보험료율은 더 높이고 연금액 조정 방식을 보수상승률(공무원 보수가 오르는 만큼 연금액을 높이는 방식)에서 물가상승률(물가가 오르는 만큼 연금액을 높이는 방식)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첫 번째 개혁과 마찬가지로 급여 수준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적자분을 정부 보전금으로 메우기로 하면서 정부 보전 부담만 커졌다.
공무원연금이 두 차례 개혁에 실패하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세 번째 개혁 작업에 돌입한다. 2006년 민관 공동의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구성됐을 때만 해도 희망은 보였다. 이미 발생한 연금 부채는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부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었다. 연금지급률을 2.1%에서 1.7%로 낮추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2007년 국민연금법이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정됨에 따라 공무원연금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금지급률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연금지급률을 1.7%에서 1.435%로 더 인하하는 쪽으로 합의를 했다.
하지만 공무원 반발이 컸다. 급기야 2008년 MB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다시 처음부터 논의하자는 식으로 입장을 선회하더니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공무원단체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공노(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대표 5인과 노조가 추천한 전문가 2명이 위촉됐다. 이들은 위원회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결국 보험료는 5.5%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해 2012년 7%까지 올리고 연금지급률은 2.1%에서 1.9%로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2010년 이후 임용된 신규 공무원은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됐지만 기존 공무원의 연금 지급 연령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 결과 개혁 이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이의 급여 격차는 1.4배였으나 개혁 이후 되레 2배 수준으로 더 벌어졌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정부가 노조 측 사람을 불러들여 기존 논의를 백지화했다. 처음부터 의도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노조를 포함시키는 선례를 만들었으니 다음 개혁 때도 이들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직 공무원 기득권 보호에만 치중해 재정 개선 효과가 미흡했다. 신규 공무원만 연금 지급 연령을 65세로 늦추면서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 간 형평성 논란만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이 매번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이 직접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 공무원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철저히 민간 부문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공무원연금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이 제도를 그대로 방치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에 대해 관련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윤석명 센터장의 얘기다.
개혁 어떻게올해 안에 밀어붙여야박근혜정부도 공무원연금 개혁에 시동을 걸었지만 갈 길이 멀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해소나 재정 안정을 위해서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손질하는 게 우선이다.
언제까지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인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최소한 20%는 삭감해야 한다. 예산 부족으로 기초생활보장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노인 빈곤층이 많은데 퇴직 공무원들의 풍족한 노후를 위해 막대한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KDI의 한 관계자의 아픈 질책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올해 안에 어떻게든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들의 저항과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수록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의 KDI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2016년에 법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저항이 심한 연금 개혁을 집권 3년 차 이후로 늦춘다고 결정한 것을 보면 벌써부터 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덧붙였다.
개혁의 주체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을 공무원들이 하는 '셀프 개혁'은 실패로 돌아갈 게 명약관화하다. 개혁 과정에서 공무원과 교수의 참여 비중을 대거 낮추고, 납세자와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표할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더 크게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수익률도 'F학점' 공무원연금3대 연기금 중 가장 낮아
3대 연기금 중 '6년째 꼴찌'.
공무원연금의 초라한 수익률 성적표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까지 3대 연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중 내리 6년째 수익률 꼴찌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8조3670억원에 이르는 기금 중 3조9698억원을 금융자산으로 운용한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금융자산 수익률(시간가중 수익률 기준)은 3.4%로 비교 대상으로 설정한 시장 평균(벤치마크) 수익률 3.34%를 가까스로 따라잡았다. 시간가중 수익률은 서로 다른 기관 간 비교를 위해 동등한 조건으로 산출한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4.2%), 사학연금(3.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주식 투자 성적이 가장 부진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0.9%로 시장 평균(2.14%)을 한참 밑돌았다. 특히 공단의 직접 주식 투자 수익률은 -0.4%로 오히려 돈을 까먹었다. 올 들어서도 수익률이 부진하기는 매한가지다. 직접 주식 투자 부문만 놓고 보면 1월부터 5월까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6월에서야 가까스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연기금 특성상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 아래 저조한 수익률은 공통된 고민이다. 그러나 연기금 중 공무원연금이 다른 곳보다 특히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갈수록 금융자산 규모가 줄고 있는 특유의 구조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신규 자금 유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 자연히 공무원연금이 운용 중인 금융자산 규모도 2010년 4조5133억원에서 2015년 3조7539억원으로 14.6% 줄어들 예정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공격적인 자산 운용을 하기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해외 투자가 전체 기금의 4%대에 불과할 만큼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용 중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기에 공단 특유의 관료주의적 문화가 보태지면서 변화와 혁신의 시기도 번번이 놓쳤다. 일례로 공무원연금은 올 들어 부랴부랴 해외투자팀을 신설했지만 인력은 총 2명에 불과하다. 해외 대체 투자는 대체투자팀에서 전담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인력이 1명이다. 해외 투자 전담 인력만 40명이 넘는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채권 시장에서의 한계를 일찌감치 깨닫고 2007년 해외투자실을 신설해 꾸준히 해외 시장을 노크해왔다.
"이미 국민 혈세를 지원받고 있는 조직에서 과감한 투자를 밀어붙이기란 역부족이다. 지난 6년간 숱한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이 공무원연금에 둥지를 틀었지만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앞으로 누가 오더라도 개인 역량과 별개로 높은 수익률을 실현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돼 버렸다." 공무원연금 운용본부장 출신 한 금융권 인사의 촌평이다.
배준희 기자잠깐용어*보험료율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연금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이다. 보통 가입자의 월 소득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다. 즉, 연금 보험료는 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 × 연금보험료율로 책정된다.
잠깐용어*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 즉, 최종 보수 대비 처음 받는 연금 월액의 비율을 뜻한다.
잠깐용어*공무원연금 정부 보전금공무원연금 기금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돈. 공무원이 부담하는 기여금에 대응해 정부가 내는 7%의 부담금은 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