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까지 대규모 선거가 없는 20개월 간의 '무(無)선거' 기간에 공무원·군인 연금 개혁에 나설 것이라 한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약 1조9000억 원, 군인연금은 약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를 모두 국고로 메웠다. 이 적자 폭은 앞으로 계속 늘어나 공무원연금만 해도 2020년에는 5조∼6조 원에 이를 것이라니, 공무원·군인 연금 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실기(失機)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개혁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의 개혁 방안이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큰 줄기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받는 연금 액수를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민간처럼 퇴직금 액수를 높일 것이라 한다.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해야 하는 군인의 특수성 때문에 군인들에게 민간 기업 근로자와 똑같은 연금 제도를 강제하긴 어렵다. 그러나 일반 공무원의 경우, 민간과 유사한 구조로 연금 제도를 가져가는 것에 반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퇴직(연)금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낮출 경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적자 보전 책임을 진 미래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그 대신 민간 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퇴직금을 대폭 인상해서 지급해야 하는 현세대 정부의 추가 인건비 부담은 당분간 연금 적자 보전액을 뛰어넘게 된다. 따라서 재정 문제 때문에라도 당장 연금액을 낮추고 그 대신 퇴직금을 올리는 방안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이 민간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라면, 앞으로 정부는 고용주로서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충당금을 쌓거나 퇴직연금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즉, 민간 기업들처럼 고용인(공무원) 월급의 8.33%(12개월 근속 시 1개월분)를 퇴직충당금이나 퇴직연금 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
현재 공무원연금 대상자인 국·공립교원을 제외하고도, 일반 공무원의 인건비가 약 30조 원에 이른다. 민간처럼 퇴직(연)금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2조5000억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민간과 똑같은 사회보장 제도를 공무원에게 적용하자면, 정부는 공무원을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도 가입시켜 줘야 하고 기초연금에서도 퇴직공무원을 제외해선 안 된다. 이 모두가 새로운 재정 부담이 된다.
더 근본적으로는 과연 공적연금을 크게 줄이고, 퇴직금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한다. 퇴직금은 일시금인 만큼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매우 약하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퇴직금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철 지난 퇴직금을 공무원에게 적용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을 주는 것도 문제다.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는 게 퇴직연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수익을 극대화해야하는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보다 못하듯이,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이 공적연금보다 좋을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급히 단행해야 한다. 다만, 현 공적연금 체제를 지키면서 재정 안정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의 부재를 감안해 최대 63%에 이르는 소득대체율은 5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고, 14%인 보험료는 재정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18% 이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도 이와 같아야 한다. 퇴직연금에 고용주가 부담하는 월급의 8.33%를 국민연금에 추가 납부하고, 대신 그만큼 높은 연금을 보장받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번 개혁이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민연금 개혁의 모델이 되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