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임금 체계 개편해 소득 차이 줄이고
대·중소기업, 정규·비정규직 칸막이 허물어 이동 쉽게해야
"한국의 노동시장은 '카스트(caste)' 노동시장이에요. 신분상 이동을 제한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노동시장 칸막이가 워낙 높아 젊은이들의 일할 욕구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기업 규모(대기업·중소기업), 노조 여부(유노조·무노조),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이중·삼중으로 고착화돼 있다"면서 "2부 리그에 속해도 잘하면 1부 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유럽 축구처럼 한국 노동시장도 칸막이를 허물고 격차도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 수준을 놓고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확연한 네 계층으로 구분된다. 대기업 정규직→대기업 비정규직→중소기업 정규직→중소기업 비정규직 순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만1568원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8779원)의 2.5배에 이른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100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대기업 비정규직은 66.1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59.5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0.7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격차는 1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더 커졌다. 조준모 교수는 "이 같은 노동시장 구조가 마치 카스트 제도처럼 굳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타개하려면 '일자리 칸막이'를 허물고 '성장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성과가 좋은 직원이 비슷한 직무의 대기업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또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덩치가 커지면서 중소기업 직원이 자연스럽게 대기업 직원이 되는 선(善)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걸리는 해법인 반면, 산적한 노동시장 문제를 푸는 데 당장 필요한 해법 중 하나는 기득권(대기업·정규직·유노조) 근로자들의 과감한 양보라는 주장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 체계 개편과 임금 동결을 수용하고 기업들도 그 여력으로 청년을 더 뽑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쓴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가 풀릴 단서를 마련할 수 있다"며 "이런 노사의 결단이 없다면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문제도 합의점을 찾기 어렵고 청년 고용 절벽도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② 대기업·勞組, 미래 세대 위해 양보를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 기여해야
노사가 임금·근로 여건 등 현안을 놓고 한발씩 양보해 청년 취업을 늘린 성공 케이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충남의 대형 사업장인 A 기업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정규직 근로자의 연봉을 일정 나이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깎아나가면서 정년은 늘리기로 한 것이다. 대신 이 사업장에선 2011년부터 작년까지 신입 사원을 총 200명 정도 채용했다. 생산직으로 일하는 고형원(가명·60)씨는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임금피크제로 월급은 다소 줄었지만 좀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둘째 아들(31)도 같은 사업장 현장직에 뽑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개개인 입장에선 (임금피크제로) 월급 줄어드는 게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을 모두 얻으려고 고집하는 것보다는 노사가 서로 양보해야 윈윈(win·win)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구의 인쇄 회로 기판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도 노사가 서로 협력해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96년 이수그룹으로 편입될 당시 매출액이 200억원가량이었던 이 회사는 현재 매출이 5000억원도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근로자 수도 2010년 765명에서 2014년 870명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협력업체 10여곳과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개발도 한다"면서 "이렇게 협력업체의 생산성까지 극대화해 원도급업체의 단가 인하 요구에 대응했더니 협력업체들 매출도 오르고 일자리도 2010년보다 15%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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